한국일보

버지니아 공대 비극의 진범은 ‘무기소유 자유’

2007-04-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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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전 언론인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한 싸이코 학생이 저지른 총기에 의한 대량 학살사건은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불거져 나온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에는 범인이 한국계 이민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동포사회에 던져진 충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꽃다운 젊은 학생들이 졸지에 30여명이나 비명횡사 하였으니 슬픔과 분노로 온 미국사회가 격앙되어 있다.이런 때 어떤 사악한 세력이 있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인종적 편견에 불을 지른다면 예상되는 후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일본 관동 대지진 때 일본 우익세력의 선동으로 죄없는 우리 동포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던가. 다행히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메이저 언론들이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며 자칫 편견과 일탈에 흐르기 쉬운 대중의 정서를 달래고 있다.


이민으로 형성된 다인종 국가 아메리카합중국의 국기를 뒤흔들게 될 이런 악몽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잊을만 하면 또 일어나는 미국의 집단 총기 학살사건, 그 진짜 원인과 그 처방은 무엇인가? 두말 할 필요 없이 아무나 쉽게 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헌법이 보장하는 ‘총기소지의 자유’가 이번 사건에서도 ‘진범’이라는 것을 미국사회계 뿐 아니라 전세계가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학생 신분인 범인이 아무리 흉악한 살의를 품고 범행의 실현 단계에서 권총 2자루와 그 많은 실탄을 쉽게 구하지 못했다면 칼이나 쇠망치 등 다른 흉기로 무장했었다면 어떻게 그 많은 희생자를 낼 수 있었겠는가. 고작 한 두명으로 끝냈을 것 아닌가? 미국 총기협회 측은 “미국 시민이 무장할 헌법적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면서 예상되는 미국사회계의 무기 소지 불법화의 여론 압력에 쐐기를 박아 나서고 있다.

유독 미국에서만 자유로운 총기소지 자유, 그래서 총기에 의한 인명 살상사건이 해마다 봇물을 이루는 이해할 수 없는 미국사회. 이 땅에서 총기 소지가 자유롭게 된 연유인 즉, 300여년 전 미국이 식민지에서 독립할 때 당시 아직 국가가 형성되기 전이라 군대가 있을 수 없었고 독립항쟁을 위해 시민들이 총을 잡아야 했었다.시민항쟁으로 외래 압제자 영국군을 몰아내는데 성공하여 독립을 쟁취함으로써 미국의 독립은 세계 역사상 시민혁명의 단초를 열었고 곧 프랑스 대혁명의 기폭제가 된다.

독립된 신생 아메리카 합중국의 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시민은 누구나 무장할 권리가 있다고 이것을 기본권으로 인정, 헌법에 못박아 놓았다.불법화되어 총기 소지가 금지된다면 광범한 국내 시장을 잃게될 미국 총기생산업자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미 총기협회는 세계 최강의 무장력을 갖춘 오늘날에도 이 헌법조항을 이용하여 무기소지 불법화 운동을 막기 위해 한 해 1억달러를 쓰며 로비를 하고 있다.

소수 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사회적 안전과 미국인의 생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다.‘총기소지 불법화’를 쟁취하는 것만이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고 미국의 고질병을 고치는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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