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지니아텍 사건 지혜로 대처해야

2007-04-19 (목)
크게 작게
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버지니아 텍에서 총격사건이 났단다. 그것도 한 사람도 아닌 32명이나… 끔찍하고 경악했다. 그리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순간 결혼한 딸이 남편 근무처가 버지니아로 결정되어 한달 전부터 그곳에 있는지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사건 당일 그 아이에게서 한국인일지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는 설마 했다. 그러나 사건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니 범인은 한국인 영주권자였다. 상세한 총격사건 보도 내용의 끔찍함으로 가슴이 두방망이가 쳐지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덜컥 하며 내려앉았다. 순간 그곳에 사는 사위와 딸, 미국직장에 있는 딸, 대학에 다니는 딸들이 떠오르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한 개인의 총격사건으로는 최고의 기록이라니… 911, 컬럼바인 총격사건 등 이러한 것을 떠올리며 미국 TV 뉴스를 계속 시청하고 있었다.


아침 10시쯤에야 운전을 하고 플러싱 사무실에 오며 딸아이들과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 보았다. 미국 시민으로서 같은 마음으로 아픔을 나누며 혹시라도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한 시비의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며 한국인이기에 당하는 겨냥은 정당하고 바르게 그들에게도 인지시켜야겠다 생각하며 도착했다.늘 바쁜 스케줄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가슴에 무거운 납덩이를 단 것 같았다.

그러는 가운데 염려가 되어 여기저기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우리 학생들과 통화를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수많은 인종이 함께 사는 사회이고 대학의 캠퍼스이기에 대부분 학교의 분위기는 “미국사회에서 일어난 또 다른 총기사건”으로 불법 총기 소지, 학교 내의 시큐리티 이슈로 되어있어 아이들은 한인이라는 이슈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다며 거기에 따른 어려움은 없다고 반응을 해와 안심이 되었다.

미국의 언론도 아침에는 총격자의 신원 파악이 이슈였기에 한인이라는 것이 대두되었지만 점점 언론의 포인트는 아이들의 말대로 총기를 마음대로 소지할 수 있는 미국사회의 문제점과 학교 시큐리티였다.다행으로 생각하고 퇴근하려는데 영사관 측에서 이 사건으로 인한 긴급대책회의를 위한 모임이 있다고 7시 반까지 참석을 요구했다. 참으로 많은 한인사회의 리더들이 모였다. 이 사건에 대해 의견을 모으자는 취지로 누구든지 자유로 발언하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놓았지만 몇몇을 빼놓고는 자신들의 주관적인 견해와 시각의 발언이었다.

이 시점에 나는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본다. 애도의 뜻으로 기금을 모은다, 촛불예배를 한다. 하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어떤 반응과 결과들을 만들까를 조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 사건은 충격적인 사건이다.그러기에 먼저 미국사회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를 정확히 판단하고 동참해야 한다. 즉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건은 일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미국사회가 아무나 총기를 소지하게 하는 그러한 법으로 인한 비극이다”라고 분명히 이야기 할 정도로 한인에 대한 타겟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단체나 교계 중심으로 한데 뭉쳐서 우리끼리 촛불예배나 기금 모금을 하는 것은 타겟을 우리에게 우리 스스로가 모으는, 방향을 틀어버리는 현명치 못한 방법인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애도의 마음가짐으로 잔치 분위기의 행사는 자제하고 자녀들에게 지녀야 할 진정한 자세를 가르치고 또한 우리도 그래야 하지만 불똥이 우리에게 튈까 하는 우려나 보호책으로서의 성급한 행동의 그런 차원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진실한 같은 아픈 마음으로 미국 주류사회와 함께 은근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우리가 동참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