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지니아 총격사건과 재미 한인

2007-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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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아이오나대학 심리학 교수)

한인 대학생이 버지니아 공대에서 저지른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집단 살인(Mass Murder) 사건은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먼저 집단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좌절과 분노, 무기력감 속에서 살며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특히 총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런 사람이 실직이나 실연 같은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을 때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불만의 상징적 대상들에게 보복적 살인을 하는데 주로 현장에서 자살하거나 경찰에게 사살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범인의 특징과 많이 일치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내외 한인들의 반응 또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상식적으로 이번 일은 범인 개인의 문제이고 책임이지, 재미 한인이나 한국 국민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연대적인 책임 의식과 피해의식을 보이는 듯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개인주의적 문화를 가진 사람은 자기 개인의 특징을 주로 생각하고 말하는데 비해 집단주의적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은 자기가 속한 집단과 그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하여 우선 생각한다고 한다. 물론 범인이 한인이라는 점이 충격적이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나 지나치게 미안해하거나 눈치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제일 주목해야 할 것은 총기 규제 문제이다. 어떻게 보면 이 집단 살인이라는 게 아무나 총을 소유할 수 있는 미국에서 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사회 일각에 정신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찾아서 막는 일보다 그런 사람이 총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실 더 생산적인 대책인 것이다. 이번 일로 미국에 총기 규제가 강화되어 앞으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가 매우 어렵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범인이 초등학교 때 이민온 한인 1.5세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범인의 사회적 고립이 그가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으로 자란 것과 관계가 있을까?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하여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수인종으로서 타인종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다수인종에 대하여 인종적 부러움을 가지게 되기 쉽다.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애와 자신과 자신의 문화적 인종적 배경에 대하여 자부심을 길러주거나, 최소한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을 백인 또는 타인종만 있는 초·중·고등학교에 보낼 때 성적만 신경쓰지 말고 건전한 친구와 사회적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이번 사건의 주 원인이 한인들의 자녀 양육 방식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범인 개인의 사건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도 가해자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에 대해 이슈화가 되고 있지 않다. 미국시민들과 거주인들은 이 일이 한국정부에 또는 한국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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