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어쩌다 이런 일이…

2007-04-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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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그 많은 학생들을 총기로 무참하게 살해했을까?
이번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미국 사상최대 학살사건은 참으로 경악스런 일이다. 어제 아침부터 CNN 방송은 실시간으로 ‘south korea’ ‘south korea’ 하며 이 사건의 범인이 23세 영주권자 한국인임을 생생하게 보도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제 우리 한국인은 앞으로 얼마일지는 몰라도 스테레오 타입, 소위 도매금세로 미국인들의 눈에 위험한 인물로 비쳐질 런 지도 모른다. 어제 아침 이 사건의 주인공이 발표되자 어제는 출근해서부터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지인들과 독자들로부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 “앞으로 어떻게 미국인들을 쳐다보고 살겠는가”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혹 불이익을 당하거나 왕따 당하는 일이 없을 건가” 또 크게는 “미국인들과 같이 하는 사업이나 한미 간의 외교, 정치적인 관계에서 무슨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두들 염려했다. 하루 종일 걸려온 전화 중에는 특히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당할 모멸감과 수치감과 이미 오래전 미국에 유학 왔거나 이민 와서 고생 고생해서 한인사회를 형성하는데 기반이 되었던 한인 1세들의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들의 이런 염려는 이 사건이 비단 한 학생에 의한 것이지만 전 한국인이 다 몰매를 맞는 그런 형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데 있는 것이다. 한 예로 60년대 북한에서 미국의 푸에블로 호 납치사건 이후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일이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정치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병사들을 무참히 구타하는 광경을 본 미국인들은 한국인을 모두 잔인한 인종으로 보고 있었다.

또한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HUNTER’ 라는 영화에서 월맹군 병사들이 포로가 된 미국 병사들을 물 쥐가 들끓는 강물에다 가두어 놓거나 가혹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미국인들은 그 때 동양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은근히 비켜가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아마도 동양인들은 아주 잔인하고 가혹한 체형을 가하는 야만민족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런 모욕과 수치감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는 사건이 또 발생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이 땅에서 어떻게 이룬 한인사회고 어떻게 버텨난 한인 2세들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제 겨우 23세 밖에 안 된 학생이 그렇게 무참하게 60명의 희생자(사망자 33명)를 낳는 사건을 저질렀단 말인가. 너무나 어이가 없고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잃는다. 학교에서나 가게에서, 또는 이웃 간에 앞으로 부딪치는 미국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우리는 무슨 수로 피해간단 말인가.

동양인 아이들은 학교를 다닐 때 보통 초등학교 정도는 다 같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가면서 틈새가 벌어지고 대학엘 가면 알게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차별이나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소외된 감정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울분으로 쌓이고 어떤 학생에게는 혐오로 쌓이는 예가 많다. 이것은 대학을 나와 직장이나 사회에서 활동하는 한인 2세들이면 거의 모두 경험한 사실이다.

대학생이라고 완전히 성숙한 인간이 아니다. 성숙을 향한 가장 민감한 감정을 움켜쥔 미성숙의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좋은 대학을 향해서 아이들의 등을 떠다밀다시피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내 아이의 고민과 내 아이의 미래에 대한 방향이나 목적의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고서 무조건 명문대학을 향해 아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진실로 대학생활과 학생들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강박감, 어려움 같은 것에 대해 자녀들과 이마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했는가.

미국대학에서의 학교생활은 온 가족이 준비를 단단히 해 함께 의논하고 도와주고 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만큼 어렵다. 이번 버지니아 총격사건은 가해자는 한 학생이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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