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He was a loner…

2007-04-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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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제발 아니길 바랐건만…
이른 아침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16일 발생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인’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주지역 한인 이민자들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범인이 ‘한국(South Korean)’ 출신이라는 점을 굳이 매번 꼬박꼬박 상기시켜주는 미국언론이 이렇게 야속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자칫 한인 전체에 대한 편견을 이끌어 행여나 애꿎은 한인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지 여기저기서 걱정도 쏟아진다. 타 대학 한인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한인학생들까지 주위의 이상한 시선과 놀림을 피해 등교 거부내지는 조퇴를 하기도 하고 일부 대학생은 아예 기숙사를 떠나 부모 집으로 잠시 피신(?)을 온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영문 언론들은 하나 같이 ‘그는 외톨이였다’는 헤드라인을 뽑아내며 조승희라는 인물의 평소 괴팍하고 기이했던 문제 행동들을 나열하는데 열을 올렸다. 경찰조차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애를 먹을 정도라고 하니 4학년인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왕따였는지 가늠할만하다. 사실 미주 한인학생들의 사회성 결여는 늘 지적돼 왔던 문제다. 늘 1등만을 최고의 목표로 알고 자라난 탓에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 진학은 쉽게 성공하지만 대학생활 동안 친구나 교수들과 그다지 유대관계를 갖지 못한 채 졸업장만 달랑 들고 사회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생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결국 미국 직장생활 적응에 대부분 실패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한인사회에서 우물안 개구리 신세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번 사건은 얼마 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 논문조작에 이어 실로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충격적인 것이다. 이번 일이 행여 대학 캠퍼스에서, 또는 일반 초·중·고교는 물론, 한인업소 등에서 결코 한인에 대한 테러나 인종혐오 범죄로 이어져서는 분명 안될 노릇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인들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어느 특정 타민족에 대한 편견으로 차별대우 하거나 우리보다 열등한 민족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대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내 이웃의 타 민족과도 평소 유대관계를 갖는데 노력해
야 할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공부 말고도 배우고 익혀야 할 세상살이 요령이 너무 많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나이 들어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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