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송인 퇴출

2007-04-17 (화)
크게 작게
전관성(자유기고가)

유명 라디오 쇼 진행자인 ‘단 아이머스(Don Imus)’가 30년 경력의 방송인 생활을 접게 되었다. 퇴출당한 것이다. 지난 4월 5일 럿거스대학 여자 흑인 농구선수들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지 닷새 만인데 그놈의 입질이 문제다.결국에는 입을 잘못 늘리고 말을 막 해서는 안된다는 방송윤리에 앞서 개인의 인품과 기본이 제대로 안되었다는 얘기이다.

1940년생이니 금년으로 만 67세가 되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인데 뉴욕 스포츠 라디오방송을 비롯해서 자신이 프로그램을 맡아 온 여러 방송에서 퇴출되는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방송인이라고 해서 말을 막 해대는 지겨운 풍토에 엄중한 벌을 내린 것이고 잘못에 대한 응당
한 댓가를 치룬 격이다. 안하무인 격으로 자기가 속해있는 방송국장과 스폰서까지도 비장을 거침없이 해댄 경력이 있는가 하면 입담이 더럽기로 소문이 난 자이다. 개그 방송인으로 시작된 그의 방송인으로서의 경력은 사실상 보잘 것 없지만 1971년 뉴욕시의 WNBC로 옮기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의 남을 비방하는 특유한 버릇은 유머스럽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기질을 보이며 나름대로의 펜을 확보하며 진행을 계속했다.


이 사람의 일생을 보면, 파란만장한 어린 시절부터 해병대 복무까지는 좋았지만 방송에 종사하면서부터 마약과 알콜중독으로 방송 진행을 계속하기가 위험스러울 정도의 조잡하고 무질서한 생활을 했고 급기야는 1977년에는 그의 이런 부도덕한 행실로 해고를 당하기도 한 경력자이다.
왜 인간들은 전후 사정 생각 없이 입을 놀리는 것일까란 질문을 자주 하게 되는 사례를 우리는 일상에서 많이 보아 오는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이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방송매체라는 게 한인들의 체면이나 시청자들의 수준에는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저질의 방송 프로를 마구 진행해도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가 막히는 사실은, 타 언론사나 개인에 대
한 비하발언을 자행하고 불의와 비리를 뻔히 알고 보면서도 편파적인 내용의 방송을 소위 이름이 있다고 자처하는 진행자들이 품위 없이 저질의 내용으로 떠들어대는 꼴이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세간의 지성인들이 눈쌀을 찌푸리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서 아예 방송 청취를 중단할 수 밖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방송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이 청취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속말로, 들을 수 있는 사람들만 청취해도 상관 없다는 식이라고 한다면 무리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이게 실상이다.듣기 싫은 사람은 안 들으면 될 것 아닌가 하는 방송국의 오만방자한 태도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격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나라가 망하면 사회가 분열이 되던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설쳐대는 큰소리만 질러대는 ‘코드’가 맞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단체에 나가 방송을 하면 몰라도, 차제에 ‘라디오 코리아’의 명예와 권위를 찾기 위해서도 다시는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방송에 저급한 논조로 귀를 아프게 하고 방송을 듣기에 민망해지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시청인에게 소리를 질러댔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이번 ‘단 아이머스’ 퇴출사건을 계기로 해서 하나 뿐인 한국어 방송국으로서 가청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존경받는 방송국으로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간구하는 바이다. 또한, 아울러 세계의 대도시인 뉴욕 시민들과 우리 한인들의 수준에 걸맞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과 품위를 지키는 그런 방송인들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맺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