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뿌리 깊은 시민의식

2007-04-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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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 있을 때 우리 민족은 해방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하물며 그 당시 이광수, 최남선과 같은 애국지사라든가, 민족의 지도자라 일컫던 상당수의 사람들까지 국민들로 하여금 일본이름으로 창씨개명하고 일본에 동화하자며 내선일치를 주창하였다.

그 때 이승만 박사, 서재필박사가 끊임없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머지않은 한국의 해방을 예견하였다. 이승만 박사는 보이스 아메리카를 통해 “국민여러분 안심하십시오, 곧 해방이 됩니다. 그리고 일본은 패망합니다” 라며... 미국의 조야에서조차 예견하지 못한 일을 결국 그의 예측은 100% 들어맞았다. 그러나 당시 한국인은 거의 95%가 이미 창씨개명을 한 상태여서 한국에 독립은 물론, 평화가 올 수 없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안창호, 김구, 이승훈, 서재필박사 등 애국지사들이 줄줄이 나와 이들은 생명을 내걸고 독립운동을 했다. 그리고 국내의 그런 독립투사가 아니더라도 민족정신을 끝까지 지키면서 창씨개명을 반대하고 상당수의 양심 있는 목사들은 신사참배를 거절했다.


이런 극소수의 사람들이 독립을 열망한 것이 소위 열강에 알려져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결국은 독립까지 이르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독립은 결코 가만히 앉아서 된 것이 아니다. 뜻이 있는 일개인 개인이 피와 땀을 흘려서 쟁취한 노력의 결과다. 근세에 와서 일어난 4.19혁명을 보더라도 한국의 정치적인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토착시킴으로써 국가의 한 장을 바꾸는데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학생운동이다. 그리고 비참하던 정치상황으로 공중질서, 경제위기 같은 풍전등화에 있던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5.16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성취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무리수가 있었다.

그 독재에 항거한 것이 또 학생운동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의 오늘날이 있
기까지는 무수한 독립운동가 및 애국지사, 나라를 사랑한 학생,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이런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이제는 우리도 사는 태도가 좀 바뀌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뿌리 있는 한민족의 후예로서 좀 더 자주적이고 좀 더 진취적인
방향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이제 우리는 세계의 문화 중심도시 뉴욕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막론하고 우리는 마땅히 이곳의 새로운 생활 스타일, 생활습관, 그리고 문화나 사회 질서, 법규범에 걸 맞는 생활을 해야 않을까.

한국보다 모든 것이 더 광대한, 첨단인 그리고 민주주의가 어느 나라 보다 발달된 이 미국의 제도와 체제에 걸 맞는 미국식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한다. 우리끼리 만의 삶이 아닌 타인종과 또 이웃과 더불어 사는 자랑스런 한민족으로서 그 위상과 이미지를 실추하지 않도록 하는 삶을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에 사는 한 모든 것을 이 나라 제도에 맞추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일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정되고 화합하고 조화로워야 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우리 커뮤니티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어느 샌가 우리 사회는 그런 질서가 없어졌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바탕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공인이라는 사람들까지도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나만 좋으면 된다는 ‘자기
위주’와 나만 하겠다는 ‘독선적인 사고’가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팽배해 있다. 하지만 다행히 한인들도 이제는 개개인의 의식이 바뀌었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만 보더라도 너도 나도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 이번에는 누굴 찍을까, 누가 과연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일까? 관심이 대단하다. 그 것은 미국에 온 한인들의 의식이 모두 깨어있다는 증거이다. 이번에는 모두 모두 나와 내 소중한 한 표로 커뮤니티를 화합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뽑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올바로 서는 시민정신이요, 선조들로 부터 물려받은 자그마한 애국 애족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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