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심(私心)

2007-04-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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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제 30대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3명의 후보들이 요즘 마이크 앞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이세목, 이경로, 송웅길(기호 순서대로) 후보는 지금까지 합동 토론회 2번, 연설회 한번 등 총 3차례에 걸쳐 스스로의 입장과 공약을 마이크 앞에서 호소했다.한인사회 언론을 통해 토론회와 연설회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시청하고, 청취한 한인들이라면 세 후보의 공약과 주장을 보고 들으면서 나름대로 생각되는 점이 있을 것이다. 그 한인들 중 한
사람으로서 기자는 이번 토론회와 연설회를 보며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세 후보 모두 거창하고 추상적인 공약으로 한인들의 표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예전에도 이 지면을 통해 언급한 바 있지만 뉴욕한인회는 결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인들에게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한인들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단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인들에게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상당수의 한인들은 한인회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뉴욕한인회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한인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미국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한인들의 잔심부름꾼 역할 정도를 하는 것이고 그 잔심부름꾼 역할을 충실하게 했을 때 사회와 언론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세 후보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치 한인회가 한인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기관처럼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대단하기 짝이 없다.둘째, 출마자 중 한명인 이경로 현 회장의 재선 출마 이유가 한인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 한국일보’를 타도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이경로 회장은 토론회와 연설회가 열릴 때 마다 ‘한국일보’라는 말을 수십 번씩 되풀이하며 특정 언론사에 대한 앙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의 주장을 듣다보면 ‘뉴욕한인회장’ 후보로 나온 것인지, ‘안티(anti) 한국일보회장’ 후보로 나온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를 부추기는 언론사들도 있다는 것이다. 9일 열린 제 2차 토론회에서는 지난 쓰나미 성금 늑장 지불 관련 기사로 인해 한국일보사에 대해 앙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라디오 코리아(AM1660)의 한 관계자가 나와 한인회와 한국일보간의 문제가 되고 있는 코리안 퍼레이드의 허가 신청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질문자 역시 안티 한국일보회원 중 한 명인 듯, 질문 자체보다 한국일보에 대한 공격에 심취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유교의 기본경전 오경(五經)의 하나인 역경(易經)은 ‘사심(私心)이 있으면 결코 남의 가르침이나 훈계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반 한국일보’라는 사심에 가득 찬 이경로 후보의 귀에 과연 한인들의 목소리가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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