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권 제시’ 자체가 독소조항이다

2007-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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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제 30대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한인회장 선거에서는 한국 또는 미국여권 소지자에 한해서만 투표권을 부여한다고 해서 ‘이세목’ ‘송웅길’ 두 출마자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여권을 지참해야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낮추는 악법”이라며 이의 시정을 요구했다.

사실 평상시에는 거의 쓸모도 없는(?) 여권을 찾아가지고 투표장에 간다는 것도 실제로 번거로울 뿐 아니라 분실 염려도 있고 하니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어라, 모르겠다” 하고 기권하는 유권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가 하면 현 규정을 옹호 고수하려는 ‘이경로 ‘출마자는 “세칙 개정은 있을 수 없다. 이는 마치 한 나라의 헌법과도 같은 것이므로 개정은 안된다”며 옹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경로’ 출마자는 선거관계 규정이 마치 상위법이나 되는지 헌법 운운하며 신성불가침에 금과옥조인 양 개정 불가론을 외쳐대는가? 다수결 원칙에 의하여 2/3가 이의를 제기하면 1/3은 이에 귀를 기울이고 합의점을 도출하여 원만한 해결을 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도 봉사기관 대표자로서의 가져야 할 덕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이런 와중에서 선관위의 ‘민경원’위원장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세 명의 후보가 합의를 하면 이사회 또는 상임위에 이 안건을 올려 규정을 변경토록 하겠다”고 개정 의사를 밝혔으나 그 진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리라. 그 후론 일언반구 말이 없으니 민 위원장의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서 투표장에 여권을 가지고 가서 투표하는 나라가 있을까? 아프리카의 후진국도 이런 법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전무후무할 악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악법을 가지고 어떻게 무슨 수로 투표율을 올릴 수 있겠는가?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길을 닦아주어야 할 선관위가 아닌가. 이런 악법은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꼼수 외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관위는 글자 그대로 올바른 선거를 위해 선거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특정 후보의 사설 단체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현 선관위의 구성원은 특정후보의 수족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얼마 남지 않은 투표일이지만 선관위는 지금이라도 세 출마자의 합의를 받아내어 ‘여권 지참’이라는 악법 하나만이라도 폐기하는 데에 전력을 다 하라! 다시 말해 악법 폐기에 인색하지 말라는 뜻이다.

현재도 이세목, 송웅길 두 후보는 계속 이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경로 출마자는 계속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이다. 지금의 뉴욕한인회장 선거 양상은 마치 지난번 플러싱 한인회장 선거의 재판 같은 양상이다. 선거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권 지참이라는 악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제발 이 복잡한 세상 좀 간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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