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관위 놀음에 놀아나는 한인 될 것인가

2007-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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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주(한인자유수호회 회장)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제 30대 한인회장 선거를 담당한 선관위가 조선족을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유권자들에게 여권의 지참을 필수적으로 강요하고 있음에 빗대어 하고 싶은 말이다.

숫자로 50만을 강조하는 한인사회는 지난 27대 김기철, 최영태 후보 경선 당시 겨우 1만2,000명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기록을 올린 바 있다.
입술로만 화합, 참여를 외칠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선거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관위의 임무이며 본연의 자세일 것이다.
소수 중에서도 소수인 우리는 숫자에 밀려 지난해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정치인 배출을 해내지 못하는 낙제 성적표를 지니고 있다. 혈통주의에 입각하여 모든 것을 사고하는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 조선족도 한국계임은 분명한데 굳이 그들을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려는 의도는 무
엇인가.


오히려 그들을 함께 껴안아 우리 한인사회의 유권자 명부를 늘리고 정치력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동참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정확히 50만 중에 몇 퍼센트인지는 모르나 세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숫자의 한인들이 서류미비자의 신분으로 가슴 졸이며 하루 하루를 불편하게 살아내고 있음을 안다. 자신들의 처지 때문에 이 땅에 살면서도 떳떳이 미국 정치인 선거 한 번 참여 못한 분들이다. 헌데 이번에는 같은 동포인 한인회장 선거에 여권을 유효 만료된 것도 괜찮으니 반드시 지참해야 투표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지극히 심기 불편한 선거조항을 들이대어 그들의 살맛을 안나게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런데 이보다 더 기막히는 촌극은 지난 4월 6일 오후 8시 뉴욕한인회관 한인회장 후보 합동연설회장에서 일어났다.전날 선관위는 한 일간지를 제외한 모든 일간지에 선거투표 일정 및 장소 공고에 관한 광고를 게재하여 투표 대상과 신분증명서류에 관하여 본인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 부착된 증명서(예:운전면허증 또는 여권, 영주권, 시민권, 기타)로 명시하였다. 바로 전날까지 ‘여권 반드시 지참’을 강조하던 선관위에게 이 광고가 어찌된 것이냐 하고 한 후보가 항의하니 선관위원장의 답변 또한 일품 중의 일품이었다.

“오보입니다. 네, 오보는 오보입니다”
‘오보’라는 것은 기자가 기사를 잘못 알고 썼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마땅한데 자기들이 불성실하고 무책임하여 시행세칙 바뀌기 전의 것을(남의 돈이니 아까운 줄 모르고) 후보들이 낸 공탁금을 축내서 광고해 놓고 또한 광고를 내기 전 선거를 관리하는 장으로서 꼼꼼히 살피지 않은 실수를 인정하기는 커녕 겸손이라고는 털끝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로 한술 더 떠 알맞지 않은 단어를 골라 내뱉음으로써 참석 기자들을 비롯한 듣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을 어찌 일품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의 코미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시리즈로 이어졌다. 7일자에는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모든 일간지에 재광고를 내면서 여권 필수 지참을 강조하며 어제의 광고가 잘못되었음을 부언하지 않아 많은 유권자들을 한 마디로 헷갈리게 하는 공을 또 세우게 되었다.

물론 시행세칙을 선관위원장이 만들고 없애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들끓는 한인사회의 여론을 직시한다면 충분한 홍보와 함께 설득시키려는 노력이 함께 했어야 했다. 선관위의 임무는 좀 더 많은 한인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헷갈리는 광고를 두 번이나 내고도 자세한 설명 조차 없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며 또한 한인사회를 농락하고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오는 4월 14일 치르게 되는 선거의 투표 참여율 하락은 전적으로 선관위와 시행세칙 변경을 충분히 홍보하지 않은 전직 회장단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이를 방관할 경우 우리 모두는 정말이지 그들의 연극 놀음에 놀아나는 그들의 존경하는 한인 여러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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