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장 선거운동 지나치다

2007-04-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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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위원)

제30대 뉴욕 한인회 회장선거가 진행 중이다. 요소마다 큼지막한 후보들의 사진들과 구호들이 즐비하게 붙어있어 마치 대 뉴욕지구(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동포사회를 통치할 미주 한인 대통령이라도 뽑는 것 같다. 과연 그런가?

30여년 전 뉴욕한인회가 생길 당시 대뉴욕지구에 거주하는 동포들이란 유학생, 취업 이민온 의사 및 간호사, 지상사 주재원 등으로 고작 수 천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다. 한인회를 제외하면 몇몇 동창회 밖에 이렇다 할 단체가 없던 시절에는 뉴욕한인회가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구심점이 될 수 있었다.그런데 지난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인사회는 괄목할만한 인구 증가(100배)와 그에 상응하는 경제력 성장(1,000배)을 이루었고 타민족의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우리 동포들은 이제 정치력 신장에 주력할 때가 된 것을 인식하고 있다.이러한 인구 증가와 경제력 성장과 더불어 동포사회는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구조 또한 다원화 하였다. 각 지역 한인회, 각종 직능단체 및 사회봉사 단체들은 제각기 고유한 활동 영역과 분야가 있는 반면, 뉴욕한인회는 공관이 인정하는 상징적 대표성을 제외하면 활동영역과 역할이 뚜렷하지가 않기 때문에 다원화한 한인사회에서 뉴욕한인회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뉴욕한인회는 40만 한인 회원 가운데 고작 3% 정도의 인위적으로 동원된 불특정 다수에 의해 회장을 뽑는 직접선거 방식 때문에 한인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실세들, 즉 지역 한인회, 각종 직능단체 및 사회봉사 단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나는 뉴욕한인회가 한인사회의 대표기구로 존속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인사회의 역량을 통합하기 위해서, 동포사회의 실세들의 대표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대의정치)를 해야 한다고 지상을 통해 여러차례 주장한 바 있다. 뉴욕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실세들을 뉴욕한인회의 권력구조 안으로 끌어들어야 공관이 인정하는 상징적 대표성에 걸맞는 한인사회의 명실상부한 대표기구로 존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 선거제도에 의하면 각 회장 후보들의 동원 능력이 당선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각 후보들은 자기를 찍어줄 투표자들을 투표장으로 동원하기 위해 각자 가지고 있는 지연, 학연, 종교연 등을 이용해서 투표자 동원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 아래서 우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금권선거와 몰표현상을 흔히 보아왔다. 이런 혼란스럽고 불미스러운 한인회 회장선거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 지방 경제와 주류사회의 관심을 끌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동포사회의 단합과 축제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띄우는 행사는 코리안 퍼레이드, 플러싱한인회의 음력설 축제, 청과협회와 뉴저지한인회의 추석맞이 대잔치 등 여러 개가 의미있을 뿐만 아니라 한인회 회장 후보들이 선거공약 가운데 한 종목으로 내세우는 슬로건처럼 “한인사회 단합 운운”하지 않아도 우리 한인들의 자발적 참여의식은 여러 행사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10만명 이상이 운집하는 추석맞이 대잔치에 비하면 막대한 선거공작금을 쓰고도 고작 1만명 정도가 동원되는 뉴욕한인회 선거는 대부분 한인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동포사회의 대표자가 되기를 자청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현상을 눈여겨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시장을 뽑는 것도 아니고, 주지사를 뽑는 것도 아닌데 뉴욕한인회 회장이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고 온 동포사회가 이렇게 법석을 떨어야 하는가? 이민생활에 여념이 없는 한인들을 투표장으로 동원하느라 막대한 선거비용을 낭비하며 우리들의 금쪽같은 시간과 정열을 바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미 정계와 주류사회의 관심 밖에 있는 자기 소모적인 우리 내부의 지나친 선거운동과 비용 낭비가 과연 온당한 일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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