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사의 간음과 주홍글씨

2007-04-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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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역사연구위원)

한국사회에서 크게 물의를 일으켰던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연희 의원이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동아일보 여기자를 껴안은 일이 성추행으로 비쳐져 당사자인 최연희 의원이 당에서 추방되고 정치인으로서 생명마저 끊겨버린 사건을 기억한다. 또 본국의 MBC 보도국 이진우라는 기자가 출입처 여직원과 술집에서 성추행을 벌인 일이 밝혀져 기자 자리에서 쫓겨난 사건도 있었다.

본국사회에서 벌어졌던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성희롱이란 말이 언제부터 우리 사회 유행어로 번져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겠다.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성희롱으로 문제가 됐던 사건은 경기도 부천경찰서 성 고문 사건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 사건은 권양이라는 한 순결한 처녀가 문규동이라는 취조 경찰관으로부터 성희롱의 고문을 당한 진실을 밝힘으로써 한국사회를 발칵 뒤엎었던 사건이다. 또 서울대 조교수 우 모양이 같은 대학 신 모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이란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다스려지면서 여자와 같이 근무하는 직장내의 분위기가 전처럼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까지 들리는 것이 본국 사회 분위기라고 한다.경우는 다르지만 최연희 의원의 경우나 MBC 이진우 기자의 성희롱 사건은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연희 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단 동아일보 여기자나 이진우 기자에게 당했다는 여인 역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벌어진 사건이라고 하니 여자들이 왜 밤늦게 남자들과 어울려 술집에서 술판을 벌렸느냐에 대한 힐책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었다.

최근 우리 미주한인사회는 놀랍고도 충격적인 목회자의 간음사건이 신문지상에 보도되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에서 대형교회로 이름나 있는 미주한인예수교 장로회 소속 뉴욕장로교회 이영희 목사가 여신도와 간음한 사실이 밝혀져 미주한인사회와 교계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간음의 당사자인 목사가 예배 도중 강단에 올라가 자신의 간음 사실을 고백하면서 진실한 용서의 고백보다는 어쩌다 저지른 실수라고 후안무치의 변명을 늘어 놓았다는데 기독교인들이 모두 분노하고 있다.그의 변명엔 다윗왕도 우리아의 아내 바세바와 간음을 했지만 하나님은 용서해 주었다고 하며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도 예수님은 용서해 주었다는 성경구절을 인용해 가며 자신도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으니 성도들도 자기를 용서하라는 참회 아닌 회유성의 고백을 했다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목사가 인용한 성경구절이 간음을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성구인지를 놓고 목회자들도 놀라 말을 잇지 못한다고 한다. 남편이 없는 여인을 임신시켜 놓고 그 여인의 목에 Adultery의 첫자인 A자를 목에 걸게 한 재판장이었던 목사는 양심의 가책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로 자기의 잘못을 고백했다는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에 등장하는 목사와 이영희 목사의 간음사건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미주 교계 목사들에게 냉혹하게 묻고 싶다.이 목사야말로 주홍글씨 A를 목에 걸고 목회자가 저지른 간음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를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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