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와 노벨 평화상

2007-03-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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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평통위원)

악의 축이라고 엊그제까지 북한을 맹공격하던 미국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돌변했다. 북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고 부시가 평양에 입성하고 남북을 달래서 만약 통일까지 이루게 된다면 부시는 60년 분쟁을 종식시킨 댓가로 노벨 평화상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대중 햇볕정책을 답습해서라도 이 작전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6자회담에 나오는 강대국들은 한결같이 호시탐탐 한두번 이상은 우리나라를 침략해 온 경력이 있다. 이 늑대들이 이제는 뜯어먹기는 그만 두고 통일을 미끼로 식탁을 같이 하자고 서둔다. 우리는 놀란 토끼처럼 겁에 질려 있는데도.


2차대전의 전범인 일본을 반을 쪼개 38선을 동경에 그어놓아야 했을텐데 우리는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왔다.이제는 북의 핵을 압록강에 배치시켜 소련, 중국, 일본을 견제하고 태평양에 태평성세를 유지하기 위해, 또 우리 민족을 핵의 최전방에 투입시키려고 한다.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닭싸움도 핵을 사용하게 되면 한반도는 쑥대밭이 되고 이긴 자나 패한 자도 없고 모두 패자가 되고 말 것이다.

6.25는 전쟁의 방법으로는 통일이 불가능함을 역사적으로 증명해준 중요한 교훈이다. 남북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종족살생(Genocide)만 당했다. 흡수 통일을 한 독일은 엄청나게 큰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백년전쟁으로 서로 피를 보았던 견원지간의 유럽국가들은 공동체를 만들어 지금은 유로(Euro)가 달러를 앞서고 있다.일본은 히로시마 원자탄의 비수를 가슴속 깊이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미국에 찰싹 붙어 있다. 돈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을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도와주고 있다. 남한도 한때는 고립된 섬나라처럼 될 뻔 했으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경제대국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그러나 남북 좌우 갈등, 동서지역 분쟁, 빈부계급 격차, 심지어는 강남 강북과의 괴리감으로 국민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어 있고 앞으로도 해결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특히 남북간은 60년 이상 헤어져서 몰골은 비슷하나 벌써 마음은 딴 나라 사람 이상으로 멀어져버린지 오래다.

갈라선지도 벌써 환갑의 나이를 넘어 섰다. 멋 모르는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욕하고 싸우는 나이는 벌써 지났다. 서로 신뢰 존경하자. 체제를 건드리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언동은 삼가자. 동방예의지국, 좀 더 어른스러워지자.“영원한 우정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국가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라고 설파했던 영국 수상 Benjamin Disraeli의 말처럼 우리도 이제는 냉정하게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가 되었다.차라리 부시에게 10개의 평화상을 수여해서라도 이참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후손들이 또 서로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되겠다. 차라리 우리 세대가 멧짐을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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