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약속과 거짓말의 응보(應報)

2007-03-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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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아름다운 약속은 여러번 들어도 흐뭇하다. 18년 전인 1989년 1월 11일 강원도 삼척에서 친정인 인천으로 와 해산 준비하던 이봉심(당시 36세) 여성은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이길여 재단 회장)에서 네 쌍둥이를 분만했다. 이 때 회장(현 75세)은 네 쌍둥이들이 대학 진학 때 장학금을 주기로 약속하고 세월이 지난 금년 1월 입학한 이들 4자매 모두에 등록금과 장학금(2,300만원)을 지급, 그 약속을 이행한 아름다움으로 강릉 영동대 간호학과에 무사히 입학할 수 있게 된 미담이다.

또 금년 1월 29일자에는 20년만에 지킨 약속이 보도된 바 있다. 서부 LA 인근 라미라다 노인주거단지에 사는 마거릿 콜러 노인의 약속 이행 미담이다. 50년대 후반 미국에 유학온 한국여성 고 유금자(당시 59세)씨와 미국여성 마거릿 콜러(현 80세)씨는 절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한인 유씨가 1987년 세상을 떠나면서 맡긴 돈 6만6,000달러를 고인과의 약속 유지에 따라 한국내 청소년 장학재단을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이행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아름다운 양심의 유산을 우리 한인들도 본받았으면 한다(본국 들꽃 피는 마을 청소년재단에 전달).
반대로 이해(利害)나 명예에 관계가 없는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않은 결과 생명과 맞바꾸는 거짓말에 대한 응보 사례도 있다. 왜정시대 조선총독부 초기 전남 장흥에 법원(지원)이 신설 개원된 후 첫번째 송사 사건인 살인사건의 심의 기록 내용이다. 장흥군에서 인접한(강주,나주)군을 왕래하는데 지금은 버스길이 나 있지만 당시에는 꼬불꼬불한 산속 오솔길로 높은 유치재를 넘어다녀야 했다.

어느날 초저녁, 산 너머 장터에 갈 장사꾼들이 투숙하는 주막에 한 청년이 활과 칼 두 자루를 가지고 들어와 “내가 산 고개에 잘 나타나는 호랑이를 잡으러 가니 대장부가 있거든 동행하여 내가 호랑이와 싸울 때 옆에서 이 칼로 호랑이 눈을 찌르라”고 주문했다. 이 청년의 부친이 1년 전 장을 보고 밤에 산을 넘어 귀가중 고개에서 호식(虎食)당한 일이 있어 원수 갚기 위함이라 했다.강한 의협심을 내세운 한 건장한 장부와 굳게 약속을 하고 출발, 한밤중에 호랑이를 만나 사투를 하는데 약속했던 장부가 그만 호랑이를 보니 겁이 나서 칼을 들고 찌르지도 못하고 도망하여 주막에 돌아와 혼 나간 사람처럼 말하고 있는데 얼마 있으니 전신에 피투성이가 된 청년이 호랑이를 죽였다고 하면서 주막에 찾아온 것이다.

그 시간 주막에는 대나무로 장에서 팔 죽세품을 만들고 있던 사람이 피투성이 청년을 보자 그만 놀란 나머지 휘어잡고 있던 대나무 한쪽을 놓아버려 맞은편에 앉아 호랑이 만난 상황을 말하던 그 장부의 급소를 대나무가 때려 그 자리에서 급사한 사건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피신해 도망와서 당한 응보의 죽음을 우리 후세들은 깊이 경청해야 할 내용이다.

뉴욕에 거주하는 40만명 이상의 한인동포들의 상징적인 대표 봉사단체장인 한인회장이 어느 누구의 요구나 압력에서 비롯한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지난달 2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제 30대 뉴욕한인회장 선거 불출마(약속)를 25일만에 번복하고 후보 등록한 일련의 과정이 재출마를 위한 사전 치밀한 계획이었다니 이는 뉴욕동포들을 합바지로 보거나 얕보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약속이란 어떠한 일에 관하여 미리 작정하고 장차 번복하지 않는 것을 맹세하는 언약이나 서약이라고도 한다. 이 약속은 지켜야 미덕이고 아름다운 것이지 식언하거나 번복하면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말로써 사기에 해당되어 형법(한국)상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까지 하게 된다.

고사에 (1)거짓말은 도둑X 될 장본이라 했는데 이는 거짓말을 하는 버릇이 도둑질의 시초라는 말이란 뜻이다.(2)거짓말 하고 뺨 맞는 것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이는 뺨을 얻어맞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해야 된다는 뜻이다.(3)거짓말은 식언(食言)이라고도 한다. 이는 한 번 입으로 한 말을 도로 입속으로 집어넣는다는 뜻으로 꾀가 많은 사람이 식언을 자주 한다고 했다.

이렇듯 누구든지 거짓 약속은 본인의 도덕성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원천이 다. 그러므로 약속을 번복함이 없는 깨끗하고 신뢰성이 있는 밝은 한인사회 단합을 위해 동포들이 힘을 모아 이러한 부도덕성은 정화시켜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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