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조건

2007-03-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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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칼럼니스트/뉴욕교협)

인류는 20세기에 1,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지도자의 선택이 한 국가나 집단의 운영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경험했다.
제 1차 세계대전은 유럽 열강의 지도자들의 욕심으로 인해서 발생했다. 그 결과 수백년간 유럽을 통치했던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멸망했고,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 제국이 해체됐고, 막강했던 오스만 터어키 제국이 지도에서 사라져 갔다.

제 2차 세계대전은 알다시피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일으킨 전쟁이다. 그 상대편에는 영국, 소련, 미국 등이 있었다.전쟁 후에 역사가들과 사회심리학자들은 재앙인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도자들의 인간성을 주목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쟁광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정상적인 가정을 갖지 못했던 정치적 지도자들이었다. 후세 연구가들은 그들이 정상적인 가정의 가장이었다면 절대로 그 끔찍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해 봤다면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을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사라지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소비에트 혁명의 후계자인 스탈린 역시 혁명아로 정상적인 가정을 가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 천만명의 인명을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간단히(?) 처형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러한 비극을 경험한 인류는 그 후 어느 나라나 단체를 막론하고 지도자를 뽑는데 신중을 기해 왔다. 무엇보다도 지도자로 나선 사람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검증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만 보더라도 입후보자들이 거의 1년 동안 코커스(COCAS)라는 순회선거운동을 한다. 그 선거운동을 통해서 후보들의 정치관, 경제적 목표 등 정치적 자질 뿐 아니라 가정생활, 대학생활, 여자문제 등 사생활 면에서도 검증을 받게 된다. 선거로 선출되는 공직자나
공인은 예외적으로 사생활의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직자나 선출직 후보의 의혹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폭로는 명예훼손 죄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 의혹의 대상자는 다만 해명하고 설명만 해야 한다. 그러한 권리와 의무로 말미암아 대통령이나 선출직의 사생활을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까발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지표가 자유라고 하지만 사회의 기초는 기독교적인 가치관이다. 사회학자들은 직장에서의 근면성실한 노동과 가정에서의 일부일처주의가 미국이 오늘날 막강한 근대 자본주의 국가체제를 형성하는 근간이 됐다고 본다. 그래서 여러번의 이혼을 허용해도 절대로 일부다처의 중혼(重婚)은 용납하지 않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여성관이다. 여성편력이 있거나 이혼경력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에 오르기 어렵다. 여성들이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네디 가문의 막내 에드워드 케네디의 경우 젊은시절의 여성문제를 넘어서지 못했던 것이 대통령으로 가는 큰 장애가 되고 말았다.

요즈음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차기 대선에서 그 실무 능력으로 볼 때 공화당 내 제일 유력하지만 세번의 결혼 경력은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힘들게 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돈’과 ‘여성’문제에서 깨끗한가 하는 것이 기본 요건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가치 체계는 동서양이 공통적인 것이다.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로 벌써부터 술렁이고 새 봄과 더불어 한인동포사회 각 단체들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시즌이 왔다. 사려 깊은 눈으로 단체장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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