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 투표함, 뉴저지에 안될 말

2007-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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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전 뉴저지 한인연합회 회장)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한인회는 동부지역에서는 누구나가 다 인정하는 뉴욕을 상징하는 대 뉴욕한인회이다. 그러나 이러한 뉴욕한인회는 큰 집 답지 않게 상식 이하의 봉건주의적인 추태를 부리고 있다. 40여년 전 길가에서 검은 머리의 동양인을 보기에 힘들 정도로 적은 수의 유학생 및 동포들이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등지에서 모여 뉴욕한인회를 구성했고, 정관에도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관할한다고 했을 것이다. 당시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서면서 지역마다 한인 이민자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경제적인 성장도 비례적으로 같이 성장을 해 갔고 이웃 뉴저지에서도 이민 초기의 많은 동포들의 도움이 필요해 1975년도에 뉴저지 한인회가 태동을 할 무렵은,(1)뉴저지의 한인 인구가 1만명이 훨씬 넘는 숫자로 늘어나 독립적인 한인회를 운영할 만큼 규모가 컸다.(2)뉴욕주와 뉴저지주는 그 법이 서로 달라 주민으로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3)동포사회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기 시작,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뉴욕과 별개의 한인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4)주정부를 상대로 하는 민원 해결에 있어서도 불가피하게 독자적인 한인회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여론이 비등해지던 중 그 해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유니온 시티의 교과과정 전문위원인 캐롤 로스코씨가 ‘저지 저널’지에 기고를 통해 9월 새 학기부터 실시 예정인 이민 2세들을 위한 이중언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학군내에 있는 40여명의 한국학생들을 지도할 한국계 이중언어 교사를 찾는다는 내용을 게재하여 뜻있는 동포들을 자극했다.

당시 준비위원회의 뉴저지 한인회는 왜 필요한가? 라는 발표문은 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 조그만 사건은 뉴욕과 뉴저지가 아무리 인접해 있어도 서로 다른 주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해 주었다. 다시 말하면 뉴저지 동포들이 주정부나 주 의회의 어떤 행정, 사법 행위에 대해 거의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노출시킨 것이다.
이런 이유 한 가지만으로도 우리 주 자체의 한인 교섭단체 구성 이유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저지 한인회 태동의 소식을 접한 뉴욕한인회는 뉴저지에서 한인회 명칭을 사용치 말도록 요청했으며 총회 당일까지 회의장에 참석, 한인회 명칭 사용을 반대하여 뉴저지 한인회 창립을 준비해 온 위원들에게 긴장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준비위원회는 한인회란 명칭 대신에 봉사회 명칭을 사용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기도 했으며 총회 당일 사용한 현수막에 2개의 이름을 나란히 게재하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뉴저지 지역의 관할권을 계속 주장해 온 뉴욕한인회는 이날 출범하는 조직에 한인회의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안을 총회에 상정, 표결 결과, 뉴저지 한인회로서 공식명칭이 확정되어 뉴저지한인회로 출범했다. 그 후 이어서 남부, 중앙, 중부, 아틀란틱시티 등에 지역한인회가 출범, 궁극적으로 한인총연합회의 필요가 요구되어 10년 후인 1986년에 뉴저지한인총연합회가 탄생됨으로써 10년간 사용한 뉴저지한인회 명칭을 내려놓았다.

지금의 뉴저지 한인 인구는 20만으로 추정하고 있고 6개의 지역한인회가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뉴욕한인회는 뉴저지 동포사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한 때는 선거 때만 되면 버스를 동원하여 점심 한 그릇에 투표장에 노인들을 동원했는가 하면 투표함 설치로 뉴저지 총연과의 마찰이 있기도 했다.
심지어 근년에 들어 북부에 뉴저지한인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저지에서 뉴욕한인회비를 걷어갔고 그 돈을 뉴저지한인회를 제외한 뉴욕지역 한인회에 일부 지급했다가 망신을 당한 예도 있다. 지금 이러한 뉴욕한인회는 40만을 대변한다고 할 때와 회비를 걷어갈 때 그리고 선거 때만 되면 적용되는 메트로폴리탄 논리이다. 뉴욕의 어느 한인회장이 뉴저지 동포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이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하다.

날로 증가하는 동포사회의 인구 증가를 볼 때 한인회는 지역별로 있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봉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면서 거대한 지역을 논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뉴욕한인회 답게 지역에 자생하는 한인회를 격려해 주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고, 동부 한인사회의 화합을 이끌어야 할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뉴저지에는 이미 젊은 한인 시장이 배출됐고 시의원, 교육위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고 그들의 힘이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뉴욕한인회에 당부하는 것은 뉴저지는 뉴욕 어느 곳의 일개 도시가 아닌 엄연히 주가 다른 주이고 적용하는 법이 다름을 배려하고 대 뉴욕한인회로서의 품위를 지키기를 바란다. 내가 남을 존경할 때 남도 나를 존경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뉴욕의 투표함이 뉴저지에 설치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번 경선을 통해 뉴욕동포들은 뉴저지가 아닌 뉴욕에 거주하는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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