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대:진실을 앞세운 양심세력

2007-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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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박사)

반세기가 넘게 해결 못했던 위안부 문제를 미국 의회가 논의한다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31일 하원의원 7명이 제출한 결의문은 일본군이 강제로 젊은 여성들을 끌고가 성적 노예로 삼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그들에 정식으로 사과하며 또한 이 끔찍한 범죄사실을 역사교육에 반영시킬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결의안을 주도한 혼다 의원은 일본계 3세이다. 그는 인권문제에 널리 활동하는 것으로 의회에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에 그가 주도한 발의안은 자기와 뿌리를 같이한 일본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민감한 처지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는 근본적인 정의에 관한 것이며 오랜 세월을 고통속에 방치되어 온 여성들의 인권의 문제라고 말하고 결의안 주장에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기 모국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을 초월하여 상처받은 여성을 위해 그는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선 것이다.


우리는 혼다의원 외에도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투쟁한 일본인 학자, 그리고 지성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본 역사학자 요시사기 교수는 1991년 12월 김학순 여사의 생생한 NHK 방송 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모든 것을 부인하는 것에 격분하여 반증 재료 수집에 나섰다. 그는 방위청 도서관에서 일본군이 직접 위안부 문제에 관여했다는 증거 문서를 찾아내어 1992년 이것을 신문에 발표하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은 1993년 8월 정신대 문제를 시인하게 되었고 ‘고노 담화’라는 사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비록 일본 의회의 정식 통과를 보지 못한 미비한 발표이지만 일본이 처음으로 사실을 시인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에나가 역사학자는 진실을 외면한 일본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해 196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여 근 30여년간 3번의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1997년 판결에는 역사 교과서에 항일운동과 정신대 문제 등을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에나가 교수가 성공적으로 소송을 이끌어나가게 된 것은 수많은 일본인 지성인이 그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본의 보수 수구파는 이제 또다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위안부 문제에 일본군의 직접 관여를 적극 부인하고 1993년의 ‘고노 담화’에 대한 수정 의지를 밝혔다. 아베 수상 역시 이들의 주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보수파 측에서는 2006년도부터 사용될 ‘새 역사 교과서’란 책을 발간하였으며 여기에는 위안부 문제, 항일운동 등 어두운 면은 모두 취급하지 아니했다.

현재 혼다의원이 제출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온세계에 일본군의 만행 사실을 알리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막강한 로비활동으로 이 결의안 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작년 4월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위안부’결의안이 일본의 로비에 밀려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던 것을 보면 이번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더우기 CNN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은 이번 결의안에 4대 1의 비율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결과는 미국 국민이 우리 젊은 여성이 정신대로 끌려가던 그 당시의 실정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몇년 전 한 일본계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군대가 주둔하면 어느 곳에든 매춘부가 존재한다는 예를 들어 한국 위안부도 자발적인 매춘행위다”라고 망언을 늘어놓았다.그 당시의 한국 소녀들은 동리 밖을 잘 모르며 정조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회에서 자라났었다. 어떻게 이런 소녀들이 매춘행위를 위해 수천리 타국으로 자진해서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미국 사회에 이런 실정을 알리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국 의원들이 한국과 관계있는 문제를 놓고 본회의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 교포들의 방관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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