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떤 사람이 한인인가

2007-03-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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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우드사이드)

우연히 운전 도중 한국어로 나오는 모 방송국의 토론을 듣고서 불필요한 소모전이라 생각되어 다이얼을 돌려버렸다. 그 내용인 즉, 한인회의 투표권을 조선족 동포들에게 줄 것인가, 아니면 반대인가 하는가가 주제였다.
누구나 쉽게 답이 나올 것을 토론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한인회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모임의 단체는 분명 정관에 있을 것이다. 한인들이 투표를 하는 것이지 타민족이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닐테니까.
어떤 사람을 한인이라고 하는가? 만약, 정관에 한인이라는 단어가 애매모호하다면 정관을 수정 또는 보완하면 될 것이 아닌가. 본인의 생각은 ‘한인’이라는 단어를 셋으로 구분해서 말하고 싶다.


첫째, 현실이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한국,북한, 중국 세 나라이다. 조선인민공화국 1947년생,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1948년생, 중화인민공화국 1949년생.그렇다면 1948년 이전의 사람들은, 아니면 3.1운동 하였던 우리 할아버지들은 한국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그 분들은 조선 사람들로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것이지 대한민국이나 인민공화국을 위해 만세를 불렀던 것은 아니다.독립선언문을 읽어봐도 ‘아, 조선’으로 되어 있지 아, 대한민국, 아 인민공화국으로 읽어본 적은 없다.세월이 많이 변했다. 조선인민공화국을 우리 식으로 불렀던 북한 괴뢰집단은 이제 아니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UN에 우리와 함께 나란히 하나의 독립 국가로 인정한지 오래다.

둘째, 한인이라는 뜻이 국가를 칭하는 것이 아니고 한민족을 뜻하는 것이라면 답은 더욱 더 쉽게 풀린다. 지구촌 어디에 살던 우리 한인들은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면 될테니.문제는 나 자신이 단군의 피가 얼마나 몇 퍼센트 내 몸속에 섞여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셋째, 이민 2세, 3세, 또는 1세들이 미국 이주 이전에 그들의 조상들이 한반도에 살았다는 징표(호패, 호적, 족보, 기타)를 가진 사람들, 아니면 같은 한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한인으로 간주한다면 한인회 정관에 토를 달아서 어떤 사람들을 한인이라고 하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만약 앞으로 북한을 탈출한 우리 형제들이 중국이나 한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망명 온다면 우리들은 그들에게 한인회에 가입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또 한번 시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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