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장에 대한 노파심

2007-03-20 (화)
크게 작게
호기선(하-버그룹 제1부사장)

한국의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국내 언론들과의 관계가 과히 좋지 못하게 시작되었고 지금도 언론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으면서 껄껄한 관계로 있는 것 같다.최근 이곳의 뉴욕한인회와 현지 언론사 간에 만만치 않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동기와 과정, 그리고 원인과 그 양상은 다를지 몰라도 노대통령이 언론을 비판할 때에 쓰는 그 표현과 뉴욕한인회장이 상대 언론사와 끝까지 갈 것 같이 심각한 대결을 하겠다고 다짐할 때의 어조가 어
쩌면 너무도 그럴듯 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자의 경우, 국가의 통수권을 갖고 있는 통치자이고 후자는 지역 교민들을 위한 봉사단체의 대표자다. 뉴욕 메트로에 산재해 있는 60여개의 경제 직능단체, 거의 80개의 봉사단체 그리고 70여개의 사회 단체들과 함께 뉴욕한인회는 40만 교포들을 위해 봉사하고 교민들의 이민생활에 등불의 역할을 해 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한인회장은 비록 경선을 치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 한인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대표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 그치지 않는 시시비비로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매일 축나고 있다. 우리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들리는 불유쾌한 말들은 기쁘고 즐
겁게 지내야 할 우리의 하루 생활을 흔들어 놓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 준다.

한 세상 지난 뒤, 만약 뉴욕 이민사에 역사가 쓰여진다면 어떻게 사실이 편찬될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미국사람들이 이것을 보면 분명이 ‘Enough is enough’하면서 “이제 고만 하라”고 충고의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법정으로 끌고 갈 것 아니면...).

얼마 전, H식품점 문앞에 놓여있는 ‘한인뉴스’를 집어 본 일이 있다. 뉴저지한인회에서 발생한 회보였다. 3월호라고 한 것으로 보아 월간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40페이지에 달하는 이 포커스에는 한인회의 업무 활동, 생활상담, 교양, 연예, 건강, 상식, 생활의 지혜 등 볼거리가 꽤 있기도 했지만 교민을 위주로 한 출판물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주에 사는 사람인 나에게도 고마음을 느끼게 했다. 그 주에서도 수년간 단체들끼리 불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어느 특정단체나 언론기관 같은 곳을 비판하는 글도 없었다.누가 뭐라 해도 단체장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 중 일부는 분명 명예와 이권을 위해서 출세(?)하려는 사람이 없다고는 부인 못할 것이다(하기야 이 경로를 통해서 고국에 가서도 크게 출세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 뉴욕 한인사회에 있는 여러 단체들에는 너무도 많은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다. 교민단체, 직능단체, 봉사단체 등 어느 단체를 막론하고 중상모략, 이권이나 금전수수 아니면 공금횡령, 또는 부정투표 등 수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걸핏하면 미국법정에 서로 판가름을 부탁하는 예가 다반사가 아닌가.양식과 인격, 그리고 오직 희생정신이 투철한 인품 있는 인물만이 교민들을 위해 봉사할 다짐을 하고 각 단체를 이끌어 나갈 때에 모두에게 칭송받는 단체장들이 될 것이고, 우리 뉴욕한인사회가 더욱 발전할 것임에 틀림없다.

실은, 필자의 매부가 뉴욕한인회 초대 회장이었었기에 남달리 한인사회에 관심과 애정이 있어 노파심에서 나오는 염려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