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불출마 번복한 사람 누가 믿겠나

2007-03-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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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에 실시되는 제 30대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발표했던 이경로 한인회장이 불출마 약속을 뒤집고 전격적으로 후보 등록을 했다.

이 회장은 후보등록 마감시간을 30분 앞둔 지난 16일 오후 4시30분 선관위에 후보등록 서류를 제출, 이번 선거는 송웅길 후보의 등록서류가 적격 판정이 날 경우 이미 후보등록을 한 이세목 후보와 함께 3파전의 양상을
띠게 된다. 이 회장의 이번 불출마 약속 번복은 공인으로서 한인사회에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불행한 선례로 남게 되었다.

이 회장의 재출마설은 지난 연말을 전후해서 한인사회에 나돌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발족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위원 9명 중 한인회 관계자가 5명이나되어 이 회장의 재선을 위한 편파적인 구성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인회보를 특정 일간지에 끼워 한인 가정에 배달한 사건에 선관위원이 관여했고 다른 선관위원 1명이 선관위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 회장은 차기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막판에 이 불출마 약속을 뒤집고 전격적으로 후보 등록을 한 것으로 볼 때 불출마 약속은 선관위의 구성과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였다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더우기 그가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면서 내세운 출마 이유는 자신만이 한인회장을 할 수 있다는 오만에 찬 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다른 후보로서는 뉴욕한인회의 확대된 역할과 기능이 원만하게 이어지기 쉽지 않다고 판단돼 결국 출마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한인회장을 한 지난 2년간 한인들을 위해 어떤 큰 일을 했었는지 별로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자기만이 한인회를 잘 할 수 있으므로 회장을 한번 더 해야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뉴욕한인회가 30대에 이르는 동안 한인사회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회장들도 많이 있다. 이와같은 회장들 가운데는 회장직을 한번 더 연임하여 한인사회를 더욱 발전시켜 보고 싶어했던 사람도 있었고 또 주위에서 그렇게 권유를 받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한인회장이 권력이나 명예가 아니라 봉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하겠다고 나설 때 새로운 인물에게 넘기는 것이 전통으로 되었다. 다만 유일한 예외로서 17대 강익조 회장만 연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차기 회장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임기를 한번 더 연임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경로 회장의 약속 뒤집기는 이번 불출마 약속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퍼레이드 분규끝에 마련된 합의 정신을 어기고 중복 신청을 한 것도 그런 예이다. 공인이 약속을 했다가 언제든지 뒤집어 버린다면 무슨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 회장이 회장 후보로서 어떤 공약을 내세울 때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 회장은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여 재출마함으로써 이미 공인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회장 후보로 나서는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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