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안… 고… 죄…’

2007-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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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센추럴 팍에 반바지를 입고 산책을 즐기는 뉴요커들이 하나 둘씩 보이더니 때 아닌 꽃샘 폭설이 봄의 시작을 시샘하고 있다. 봄은 뉴욕시 일원의 골퍼들이 기지개를 펴고 몸을 꼬기 시작하는 철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학교 4학년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식은 공부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시작이란 뜻으로 ‘코멘스먼트’(Commencement)라고 불린다.
이제 5월이면 16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할 사회 초년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만약 그들이 이 신문을 읽지 못한다면 대학교 졸업생들을 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꼭 전해줬으면 한다.
그것은 바로 ‘안...고...죄’이다.


안...고...죄! 안....안녕하세요! 고...고맙습니다! 죄...죄송합니다!
사회생활에서 잊어서는 안 될 세 마디이다. 이 세 단어만 잘 사용하면 사회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요즘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는 온통 드라마 ‘하얀거탑’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유는 흔히 일반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단순한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이란 현실의 공감대를 우리에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세상에는 장준혁(김명민 분) 같은 인물도 즐비하고 최도영(이선균 분) 같은 인물들도 많다. 비록 사람도 많고 일도 많고 말도 많은 복잡한 세상일지라도 ‘인사’에 기분 나빠하는 선배나 상사들은 없으리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그 존재를 인정하고 ‘안녕하세요’라고 예의를 갖추는 후배들의 모습이야말로 세파에 익숙한 선배들에게 있어 모닝커피의 향기보다 더 산뜻한 신선함을 전해준다.

실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해도 ‘안...고...죄’에 인색한 자들은 사회에서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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