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2의 이산가족 만들 작정인가

2007-03-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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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뉴저지 리버에지)

한국정부가 북한에 생존한 1,000여명의 납북자와 국군포로문제를 푸는 방안의 하나로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봉, 송환 등 각 단계마다 1인당 일정액의 현금 또는 그 금액에 해당하는 현물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중이라 한다.
북한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보다 현금과 현물(귀금속)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 지난 1일 금강산에서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에서도 북한은 이산가족 화상 상봉센터 설비 마련을 위해서도 현금 40만달러(약 3억8,000만원)를 요구해 현금으로 주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지난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1718호)로 대북 금수조치와 미국이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 혐의를 받아온 방코델라 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북한은 극도로 외환사정이 악화되어 있는 실정이며 북한이 이 때까지 납북자 국군포로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는데도 한국정부가 이번 서독 정부가 1963년부터 1989년까지 총 35억 서독 마르크(약 1조7,500억원)를동독에 현금 또는 현물(원유, 다이아몬드, 구리) 등 환금성이 높은 현물을 지원하고 3만3,755명의 정치범을 서독으로 이주시킨 사실처럼 이행하려고 납북자, 국군포로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서독정부의 이행 상황과 한국이 진행하려는 사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독은 통일되기 전에 동독에 자유로이 상호 가족방문이 허용됐고 동족간의 전쟁은 없었고, 상호 서신거래와 자유로운 전화통화로항상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과 북한은 어떤가. 6.2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수십만의 동족이 희생되었으며 그 결과로 60여만명의 이산가족
이 생겨 반세기가 되도록 자유로이 상봉도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의 명목으로 겨우 한 차례에 100명씩, 그것도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이번도 반년이 지나도록 중단상태에 있으며 그나마 상봉한 이산가족들이 이후 서신거래와 통신 연락마저 할 길이
없어 슬픈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한국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2년 동안 정부와 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에서 북한에 지원한 금액은 총 6조5,899억원인데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보낸 불법 대북 송금액 5억달러라는 정부가 대북지원액에 포함되지 않았고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2,000억여원을 북한에 지
원하고도 반세기가 지나도록 일언반구도 없다가 지금에 와서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협상에서 현금을 지원하여 성사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납북자나 국군포로 중 강제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실을 지난 번 여러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직접 보았는데 이번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는 강제북송자, 납북자, 국군포로들의 생사 확인을 우선하고 다음에 이산가족 상봉 횟수와 상봉 민
원을 증원하는데 신경 쓰고 상봉 후에 서로 자유로운 서신 거래와 더 나아가 자유로운 왕래까지 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

북한이 극도로 악화된 외환 사정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들을 단신 송환시키고 또 그 가족을 미끼로 현금을 요구할 때에는 또다시 제 2의 이산가족의 슬픔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공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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