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화 ‘괴물’ 관람기

2007-03-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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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관람기
윤봉춘(페어필드 트레이드 대표)

지난 일요일 맨하탄 42가 ‘괴물’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 시간 맞추어 입장하니 관람석이
만원이어서 가까스로 스크린 바로 앞 좌석이나 차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본인의 경험으로는
영화관의 객석이 꽉 찬 일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하여 워싱턴포스트, USA 투데이 등 미 주요 언론들이 호의적으로 높이 평가
한 탓인지 한국영화가 미국의 대도시 뉴욕, 그 중에서도 타임스퀘어 옆에 자리한 영화관에서
미국인 관객들로 꽉 찬 극장 안을 둘러보고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뿌듯한 자긍심을 느꼈다.
동포사회에는 홍보가 미처 안 되었는지 그 날은 한인 관람객은 우리 식구를 제외하곤 한 사람
도 보이지 않아 조금 섭섭했다.
과거 미주에서 상영되었던 한국영화는 헐리웃 풍의 액션영화나 한국 문화나 한국인 정서에 치
우친 내용이라 외국인들이 관람하기에는 기대에 미흡한 내용들이라 그저 그렇게 스쳐갔지만 이
영화는 ‘The Host’라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영자 제목부터 잘 뽑았다고 생각된다.
한국영화의 특징인 지루한 진행 없이 내용이 전개되며 극중에 미국인들이 간간이 등장하는 영
어 나레이션 삽입이 미국 현지인들에게는 이질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지만 필자는
영화평론가도 아니고 작품 자체를 비평할 실력도 없는 평범한 관객의 소박한 소감의 일단일 뿐
이다.

더더구나 주인공 누가 어떤 연기를 하고, 감독의 수준이 어떻고, 극중 내용이 어떻게 진행된다는 줄거리를 어설프게 소개하는 일은 내 몫이 아니다.첫 날 상영에서 박스오피스 20위 밖이지만 평균 흥행 수위 10위를 기록하였다는 것도 한국 영화산업의 해외 진출에 좋은 징조를 뿌려주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화사한 봄날이 되었으니 안방에서 한국 비디오 테입만 돌릴 것이 아니라 모처럼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과 어깨도 부딪치며 브로드웨이를 걸어도 보고 영화관 안에서 팝콘을 야금거리며 동심으로 돌아가 괴물 영화도 감상하면 시름 많고 걱정 끝없는 우리 생활에 한동안은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이 영화는 5월 4일까지 미 전역 122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니 우리 뉴요커 뿐 아니라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 모두가 한국 영화 산업에 용기를 보태주는 관객의 수를 높여주는데 일조를 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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