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골짝에 울려퍼진 사랑의 노래

2007-03-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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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병 선 (뉴욕 예술가곡연구회 회장)

나는 산을 좋아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경기도 광주군 산기슭 작은 가난한 농가 마을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다.봄이면 진달래, 개나리꽃이 피고 맑은 산골물이 졸졸 흐르는 뒷동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산과 오곡이 무르익은 황금 들판을 거닐며 즐거워 했던 일은 잊을 수 없는 영원한 값진 추억이다.

약 2개월 전부터 지난 7년 동안 Friends of Nature를 이끌어 온 권오승 선생님 내외분과 그 일행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단신의 몸으로 유학 와 온갖 험난한 일을 해내느라 몸을 혹사하여 생긴 당뇨 35년 말기 환자인 나로서는 오르는 길 1시간, 내리막길 1시간 모두 2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이 처음에는 크게 무리가 되어 늘 지치곤 했다. 그러나 몇 주 후부터는 발자국 발자국마다 탄력이 생기고 기쁨이 솟는 등산이 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지만 등산이 건강을 촉진시켜주는 능력은 가히 경이롭다. 3주 전부터는 가곡을 극진히 사랑하는 권 선생님과 뜻을 같이 하여 가곡을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지난 토요일에는 17명이 함께 산에 올랐다. 맑은 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쭉쭉 뻗어 올라간 푸르
른 청송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울창한 계곡을 따라 하얗게 덮힌 눈길을 뽀삭뽀삭 밟아가며 1시간 가량 올라가니 정상인 파인마운틴 호수에 도착되었다.일행은 호숫가 바위 위에 소지품을 내려놓고 흰눈으로 뒤덮힌 넓은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찬탄의 소리가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한 다.

야! 참으로 아름답다! 나는 은빛 찬란한 광활한 호수와 호수 둘레에 치솟고 올라간 나무들이 흰 눈꽃을 피우고 있는 아름다운 정경에 감동하면서 한참동안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호숫가 바위 위에 옹기종기 걸터앉은 일행은 각자 가져온 과일과 커피를 나누며 점심을 즐겁게 먹었다.
곧 자리를 옮겨 암벽이 병풍처럼 가려진 호숫가로 가 간단히 발성을 공부한 후 가곡을 부르기 시작했다.현제명의 ‘그 집 앞’과 Thomas Bayly의 ‘Long Long Ago’를 불렀고 부부가 한 조가 되어 참석자 모두가 옛 추억을 더듬어가며 가곡을 함께 부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가곡을 부르는 큰 기쁨을 만끽하면서 하산이 시작됐다. 마운트 버논에서 온 배은순씨가 미국 민요 ‘은발’을 영어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따라 불러 남녀 혼성 이중창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산골짜기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참으로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는 생각에 젖어 발걸음은 더욱 즐거웠다.

나는 전문가가 아닌 배선생님의 놀라운 노래 실력에 감탄했다. ‘은발’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며 그 아름다운 가사를 노래할 때마다 감동을 받곤 한단다.2절 가사를 여기에 소개한다.=그대의 은빛 머리 바람에 나부낄 때/그대 얼굴 바라보며 속삭이는 한 마디/산천도 인정도 변하고 세월은 흘러가도/그대 변함 없어라, 그대 변함 없어라...=진실의 연속인 아름다운 선율과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가 조화를 이룬 ‘은발’은 만인에게 감동을 주는 영원한 명곡으로 남으리라 믿는다.이는 진정한 사랑의 노래요, 도덕의 노래다. 이와같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사랑은 깊어만 가고 가족이 함께 부르면 온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 된다.

지금 한국인의 이혼율이 세계 제 2위로 치솟았다. 가치관은 무너졌고 도덕은 땅에 떨어졌으며 온 한국땅이 물질만능 사상과 이기주의로 물들었고 온 나라 각계 각층이 부정,부패,비리...로 가득찬 지 오래다. 국내 유수기업에 많은 외국인 주식 소유주가 침투하여 매년 엄청난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경제 식민지가 되었다.근래들어 뉴욕 한인사회도 분열, 반목, 대립으로 얼룩졌고 싸움만 계속한다. 최근 3월 6일 미국무부 인권 보고서에 북한은 인권 지옥, 남한은 섹스 천국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한국인들의 성매매 사건이 전세계를 뒤흔들어 머리를 들 수 없었던 수치심을 그 어느 누가 잊을 수 있으랴?

지금 한국인의 위상이 땅으로 뚝 떨어졌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 모두가 마음의 양식인 문화를 외면하고 살아온 결과다. 인간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노래문화만 보더라도 유흥심과 이기심을 조장해 주는 반문화적인 유행가가 온 한국땅 방방곡곡에 가득 찼고 유행가의 양성소인 노래방이 한국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계 도처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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