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회 선거제도 바꾸자

2007-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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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위원)

제 30대 뉴욕한인회 회장 선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후보자는 선거 비용 분담금 6만달러를 등록서류와 함께 납입해야 자격을 얻게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한 후보등록기간은 3월 12일부터 16일까지, 선거일은 4월 14일로 보도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인물들이 등장할지, 또 얼마나 실속있는 낭비와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과다한 선거비용 분담금, 수 십만 달러가 예상되는 투표자 동원 비용 및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눈치를 보다가 결국 단독 후보가 되어 또다시 무투표 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현재 동포사회를 움직이는 실세는 지역 한인회, 직능단체 및 각종 사회봉사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 뉴욕한인회의 회장이라는 직책은 ‘공관(영사관)이 인정하는’ 상징적인 대표성을 제외하면, 이렇듯 다원화한 동포사회에서 그 입지와 역할이 뚜렷하지가 않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각 지역 한인사회는 각 지역 한인회들이 맡고 있고 각 직능 분야는 각 직능단체들이 맡고 있고, 각 사회봉사 분야는 각 사회봉사 단체들이 맡고 있는데 형식상 40만 동포의 대표기구로 인정되는 현 체제의 뉴욕한인회는 공관이 인정하는 상징적 대표성 때문에 마치 중앙 정부 같은 모습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회장을 뽑는 불합리한 선거제도 때문에 동포사회의 실세들을 통합하는 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동포사회의 실세들을 산하 단체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실세들은 그들에게 회장을 뽑는 기능이 주어지기 전에는 하릴없이 뉴욕한인회에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 형편이다.현재 한인회의 회원은 이론적으로 대뉴욕지구에 거주하는 40만 동포들이며, 이 40만 동포들 가운데 자기를 찍어줄 ‘불특정 다수’의 한인들을 최다로 동원한 사람이 회장이 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회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엄청난 투표자 동원 비용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감히 후보자로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후보자 마감일까지 서로 눈치를 보며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단독 후보가 되어 무투표 당선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매 선거 때마다 생
기게 되었다.

뉴욕한인회는 4년 전 제 28대에도, 2년 전 제 29대에도 무투표 선거가 되어 소위 40만 동포사회를 대표한다는 회장을 후보자의 정견발표 한번 듣지 못하고 내세워야만 했다.여러 후보자간에 치열한 경쟁이라도 붙게 되면 선거비용은 겉잡을 수 없이 상승하게 되고, 패자도 승자도 부질없는 재정적 손실과 패배감을 맛보아야만 하였다.

이런 상황 아래서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등장이 불가능하며, 선거기간 동안 동포사회로부터 검증받은 회장이 탄생할 수가 없다.40만 동포 가운데 인위적으로 동원된 ‘불특정 다수’의 한인들이 상징적 대표성을 가진 회장을 뽑는 반면, 지역 한인회, 직능단체 및 사회봉사단체들은 동포사회의 명실상부한 실세이면서 실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한인회 선거제도의 모순점이다.

실세들에게 회장을 뽑는 기능을 부여하지 않는 한 ‘공관이 인정하는’ 뉴욕한인회의 대표성은 언젠가 실세들의 연합체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블특정 다수의 한인들에 의한 회장 선출(직접선거)에서 동포사회의 명실상부한 실세들에 의한 회장선출(간접선거=대의정치)로 선거제도를 바꾸기를 제안한다.

뉴욕한인회가 계속 대뉴욕지구 동포사회의 대표기구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그 시시콜콜한 회칙 문구에 구애받지 말고 지역한인회, 직능단체 및 사회봉사 단체들을 뉴욕한인회의 권력구조에 끌어들이는 과감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만일 구조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동포사회의 실세들로부터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파견되는 대의원들에 의해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이사회에서 회장을 뽑고, 그 회장은 그 이사회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구조의 한인회가 새로운 한인회의 모습이 될 것이다. 회장 선거제도의 비합리성을 타파하고 동포사회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하여 지역 한인회, 직능단체 및 사회봉사단체들은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를 권고한다.

뉴욕한인회 회장을 뽑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우리 동포들의 시간과 정열을 차라리 주류 정계에 진출하려는 우리 한인 정치 후보생들을 위해 쏟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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