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식품협회 내분 끝내야 할 때

2007-03-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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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이 정도 되면 협회를 쪼개겠다는 거 아닙니까?’
지난 달 중순 식품협회의 한 관계자가 황당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강병목 회장이 이건우 전 회장을 검찰에 정식 고발 접수했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중반부터 협회 내부에 조성돼있던 파벌 간 감정대립의 불씨가 전·현직 회장의 공금횡령 문제로 옮겨 붙으면서 그동안 감사시비, 진실공방 등으로 얼룩졌던 양측의 분쟁이 ‘루비콘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몇몇 이사들이 그동안 중재를 해보려 백방으로 시도했지만 양 측의 싸움은 이제 어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까닭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회장선거 시기를 전후해 이미 예견됐다. 이 전 회장과 감정의 골이 깊어있던 김영길 전 회장이 이 전 회장의 공금횡령 의혹을 제기, 한 달 이상을 이전투구식의 공방을 벌였다. 결국 이사회가 진상규명위원회까지 구성, 조사를 벌인 끝에 김 전회장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며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강 회장이 취임직후 또다시 담배공동구매 커미션 문제를 들고 나와 사그라지던 분란의 불씨를 지피자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일부이사들이 강 회장의 협회 크레딧카드 임의 발급, 협력사 지원금 유용 등 횡령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심각한 분열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끝내 강 회장은 이미 횡령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난 김 전 회장의 주장을 갖고 전직 회장을 검찰에 고발 접수하는 사상초유의 행동을 감행했다. 협회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제 이 싸움의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곰곰 따져 볼 때가 됐다.
바로 이번 싸움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이사들과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반 회원업소들이다.실제로 지난 1년간 협회가 회원들을 위해 실시한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식품쇼 무산, 도매상
프로젝트 표류, 공동구매 사업 확대를 위한 건물이전 무산 등. 10년 넘게 실시해오고 있는 우유공동 사업도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식품협회의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 시기에는 협회가 더욱 나서 회원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판에 세 싸움만 하고 있다”면서 “누구를 위한 협회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싸움이 길어지면 협회는 부실해지고, 회원들간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져 메우기가 어려워 질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협회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들은 이점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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