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산지석(他山之石)

2007-03-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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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우리 반만년 역사상 가장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사건은 병자호란 때 인조 임금이 청태종 앞에 두 무릎을 꿇고 군신의 예를 갖춰 항복을 했던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피를 들끓게 하고 또 우리가 고개를 들 수 없는 우리 역사상 가장 부끄럽고 치욕적인 사건이다.
청 태종의 요구에 따라 그곳 삼전도에 비석이 세워졌다. 해방후 이승만 대통령의 명에 의하여 그 비석을 땅속에다 파묻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시 원상복구를 시켰던 모양이다. 그 다시 세워진 비석이 몹시 수치스럽기는 하지만 우리가 모두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력을 강화하여 그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얼마 전, 그 비석이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었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그런 반만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역사 유적도 잘 보존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데 파고다공원과 남산공원에 세워져 있던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을 허물어 버리고 왜정 총독부 건물을 철거해 버리고 또 박정희대통령의 현판을 떼어 없애는 걸 보면 우리는 역사의 산 교훈을 외면하는 민족 같다.
이 세상에 선과 악이 혼재하듯이 자랑스럽고 수치스런 역사 유물도 함께 있어야 장차 훌륭한 역사를 창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오늘날의 패배나 치욕을 와신상담하여 점차 발전시킬 수 있는 대인(大人)은 현재의 자기 처지를 껄껄 웃으며 그대로 인정하지만 앞으로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소인(小人)들은 그런 치욕과 수치의 흔적을 없애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 혼자만 싫다는 까닭만으로 역사적 유물을 파괴하여 폐기처분하는 근시안적인 사람들이다.수치스런 역사적 유물인 삼전도 비석도 복원하여 후세들이 타산지석으로 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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