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바나나 우유는 노란색일까, 하얀색일까

2007-03-09 (금)
크게 작게
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최근에는 한국 뿐아니라 전세계적으로 UCC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UCC(User Created Content)는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말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상업적인 의도없이 제작한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는 것을 통칭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글과 사진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형태였다가 점차 동영상 위주의 정보제공 콘텐츠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동영상 포털 사이트로는 유튜브(YouTube)가 있다. 한국의 한 무명 기타리스트가 연주한 동영상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우리에게 더 익숙해
진 유튜브는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의 양을 앞지르며 미국 최대의 인터넷업체 구글에 16억5,000만달러에 매각됐다.


이처럼 UCC가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대부분의 한국 포털사이트에서도 경쟁적으로 UCC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는 아마추어라고 보기 힘든 좋은 작품들도 있고, 무엇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UCC가 인기가 있다 보니 광고를 UCC처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백부장의 굴욕; 바나나 우유는 하얗습니다‘라는 광고가 그렇다. 사실은 이것은 UCC가 아니라 광고다. 한국의 M 우유 회사가 자사의 광고를 마치 UCC같이 만든 것이다. 백부장이 신제품 기획안을 보고하는 내용을 담은 이 광고 영상은 실제 일어나는 느낌을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담아 재미와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바나나 우유가 노랗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실제로 바나나의 속살이 하얗다는 점을 일깨워주며 ‘고정 관념의 탈피’를 강조하고 있다.더욱이 이 광고에서는 나약해보이고, 조직 속에서 수동적일 것처럼 보이는 백부장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강단이 더 재미있다. 본부장 앞에서 바나나 우유는 하얀 색이 맞다며 기죽지 않고 말하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도 담임선생에게도 당당하게 같은 주장을 펼친다.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잘못된 관념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또 어떤 생각에 골몰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생각의 기준 속에서 결정되기도 한다. 한번쯤 마음을 열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