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두구육(羊頭狗肉)

2007-03-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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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목사/수필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은 “밖으로는 양 머리를 내 걸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안과 밖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모순을
지적한 말이다. 상점 진열장에는 좋은 상품을 진열해 놓고 실상 내막적으로는 나쁜 물건을 파
는 사기 행위를 지탄하는 말이니, “간판에 거짓 있다” 또는 “간판을 속인다”는 비판의 말
인 것이다.
이 말의 원래 출처는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가 내린 조서 가운데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팔고 있으며, 도척이 공자의 말씀을 뇌까리고 다닌다>는 글귀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
기서 도척이 공자의 말씀을 뇌까린다 했음은 춘추시대의 유명한 도둑 떼의 두목으로서 세상을
휩쓸고 다닌 도척이란 자가 넌지시 공자의 말을 자신의 말처럼 지껄이며 다녔기 때문이었다.

도척은 실로 대담무쌍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도였다. 그의 형 류하혜(柳下惠)는 오히려 공자에게서 칭찬을 받았던 훌륭한 인물이었으나 그의 아우인 도척은 수 천명의 도둑 떼를 거느리고 천하를 휘젓고 다니며 살생과 약탈을 일삼던 무뢰한이었음에도 유유히 제 명껏 장수를 누렸기 때문에 사마천과 같은 대학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노라고 개탄케 했던 인물이다.


도척이 대규모 강도행위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길 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勇)이요, 마지막 나오는 것은 의(義)라고 큰 소리를 쳤으므로 황무제는 “도척이 공자의 말씀을 뇌까린다”고 지적했던 것이다.제나라의 임금 영공(靈公)은 <남장(男裝)의 여인(麗人)> 즉 남자의 옷차림을 한 여자를 좋아하는 괴벽이 있어서 궁중의 모든 여자들로 하여금 남자의 옷차림을 하게 하고 그들과 더불어 어울려 즐겨 놀았다.

임금에 의하여 시작된 이러한 놀음이 점차 일반 사회에까지 선풍을 일으켜 단시일 동안에 제나라 여자들은 너도 나도 앞다투어 남장을 흉내내게 되었다. 이에 놀란 임금은 부랴사랴 엄격한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궁궐 안에 있어서만은 여전히 임금이 남장의 여인들과 놀아났으니 금
지령이 무슨 소용이 있었으랴! 이에 임금이 신하 안자에게 성난 어조로 물었다. “그만큼 엄한 금지령을 내렸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니, 어찌된 노릇인가?” 이에 안자가 대답하기를 “폐하께서 안으로는 이를 묵인하
고, 밖으로는 금하고 계시니 이는 소머리를 문에 내어걸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팔고있는 노릇과 다름이 없나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여간 소머리이건 양머리이건 밖에 내어 건 것과 같은 고기를 팔아야지 안과 밖이 다를 것 같으면 이는 속임수인 것이다.사람도 안과 밖이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안팎이 다른 표리부동한 사람이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의 인간들이 교묘하게 속임수를 써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암적인 존재들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이 적잖이 있어 선량한 시민들이 억울하게 해를 당한다. 우리가 사회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상부상조하며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실과 신용인데 이렇듯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많은 사람들에게 불이익 내지는 손해를 끼친다면 동포 상호간에 불신풍조만 팽창하게 될 것이니 누구를 믿고 살아갈 것이겠는가?

만일, 사랑의 표상인 십자가를 높이 내어건 교회 안에서 속세만도 못한 부정행위가 자행되며, 편을 갈라 분쟁을 일삼는다면 이는 분명 ‘양두구육’임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 아니겠는가? 강단에서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이 교인들에게만 해당이 되고 정작 말씀을 선포한 설교자는 치외법권에 속한다면 이처럼 모순됨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초대 교회 시대에도 교인들이 교회에 들어오면 안내하는 이가 있어 값진 비단옷에 금반지를 낀 부자는 정중히 상석으로 모시고, 헐벗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문간에 서있던지 가던지 하라고 차별하여 냉대했으니 이에 울분한 예수가 채찍을 휘둘러 성전을 소청하는 일대 혁명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주님은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압제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거늘 현대 교회에서 교인들을 차별한다면 이같은 교회의 머리가 어찌 그리스도이겠는가? 차제에 양두구육과 같은 교회가 있다면 일찌감치 십자가를 떼어내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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