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학부모 연수회를 다녀와서

2007-03-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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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P.S. 203 초등학교 학부모)

요즘 시대를 일컬어 흔히 정보화 시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정보가 무한한 가치를 지니는 시대. 일반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확실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번 ‘한인 학부모 연수회’는 그야말로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나는 주로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궁금한 사항들을 해결하곤 했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의견을 수렴하다 보니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어느 사람의 의견을 따라야 할지 갈팡질팡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여러 전문가 선생님들과 현직 교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통해 궁금점을 해결하고 토론할 수 있어서 더욱 값진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다 보니 언어적인 스트레스가 없어 속이 시원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렸다.


결혼하기 여러 해 전의 일이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아저씨가 곤란한 표정으로 나에게 편지 한 장을 주며 번역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문제로 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는데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을 걱정하며 힘없이 돌아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요새는 신청만 하면 학교에도 통역이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워크샵이 진행될수록 그 때 그 아저씨의 뒷모습이 더욱 생각난다. 아울러 참석하지 못한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런 반면 실제로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을 위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뉴저지에서 일부러 온 분도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학부모님들의 열성적인 모습을 대하니 그 동안 나의 안일함이 더욱 부끄러워지는 계기도 된 것 같다. 특히 교육자로 오랫동안 재직하고 있는 한 선생님이 너무 학원 교육을 지양하는 한국 부모들의 모습을 꼬집으며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는 IQ, EQ의 시대를 지나 NQ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세상이 아니라 타인들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는 공존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라고 들었다. 이번 연수회를 통해 비단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학부모들도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함께 모였을 때 더 큰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런 좋은 기회가 더욱 많이 제공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그저 밥상이 차려지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를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많은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시급하다는 것도 느꼈다. 오랜 세월동안 미국 교육계에서 보이지 않게 수고해 주는 한인 교사들과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부모들의 노력이 모인다면 우리 아이들의 앞날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요코 이야기” 반대 성명에 사인을 하고 열린 공간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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