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받을 권리 포기 말자

2007-03-05 (월)
크게 작게
최성애(PS. 32 학부모)

지난 27일 저녁 뉴욕한인교사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다녀와서 내 자녀의 미래에 관한 염려로 밤잠을 설쳤다.

비단 내 자녀에 대한 염려만이 아닌 한인 자녀의 문제이리라 생각되어 아침 일찍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이후 곧바로 지금까지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여러 학부모님들과 나누기를 원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공청회의 주된 내용은 한인사회에 보여준 뉴욕시 교육국의 태도였다. 이것은 개인에 대한 부당한 결정이 아닌 한인학생들에게 보여진 부당한 대우라 여겨졌다.


한국서 버지니아로 이주해 와서 2만명이 거주하는 타운에 단 3명의 한국학생으로 살면서 고충과 좌절을 뼈저리게 실감한 어느 고등학생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그가 뉴욕으로 이주해 와서 한인교사를 만나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마치 암흑에서 빛을 찾은듯 새 삶이었다는 얘기는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다.이곳에서 태어나던, 한국에서 태어나던 아이의 내면에 있는 한국 정서는 그 아이를 크게 자라게 할 수 있는 ‘불씨’라고 생각한다. 정서가 안정되지 못하고 아이들의 능력이 십분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문제가 언어에 대한 문제로 국한되어짐이 아님을 먼저 인식해야겠고, 평생 아이들의 잠재성을 키워나갈 정신적인 기초가 되는 ‘정서’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지원해 온 교육국 유일의 한인 연구관의 부재는 나와 한인들과 학부모들의 큰 빈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간 SAT 대회나 문화 알리기나 한국어 연극, 설날행사 등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주고 교사들에게 많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의 한국어 번역들…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본 나로서 그냥 가만히 염려만 할 수 없었다.
신문을 보고 찾아온 학부모들과 학교학생, 한인 커뮤니티의 많은 회장님들이 한마음으로 이 일을 해결해 가려고 노심초사하고 있음이 보기 좋았다.
정작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글을 나누기를 원한다.

교육국 아시아 이중언어협럭처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권현주 연구관이 구조 조정의 이유로 한인학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로 전출되었다는 것은 나와 학부모들에게는 큰 문제임이 틀림 없다.내가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지난 9월 시작된 이중언어(한국어와 영어) 프로그램이나 JHS 189의 한국어반 설립, 또한 기존의 플러싱고등학교, 브롱스 MS142, 스타이브센트 고등학교, 브롱스 사이언스 고등학교, 프랜시스루이스 고등학교, 카도조 고등학교, 베이사이드 고등학교 등의 한글 프로그램은 앞으로 머지않아 한인들의 큰 힘이 될 2세 아이들의 큰 자부심이며 자긍심이 자라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언어는 말과 학문의 이해와 더불어 정신적인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모국어는 감성과 좋은 정서를 키워나가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유대인이 종교 교육을 통해 키워나간 것도 중요하지만 모국어로 교육을 시킨다는 것에 크게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어린 나이 때부터 모국어로 대화하고 학생시절 지속적인 모국어 교육을 철저히 해서 부모와 동료, 그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모국어로 대화한다는 것은 그들이 크게 뻗어나가며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서와 정신적인 것을 안정시켜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유대인의 정치력, 경제력, 사회력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탈무드를 우리 아이에게 가르치기 전에 한국어로 아이들의 심성을 안정시켜 주어야 하는게 나와 부모와 한인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우리 커뮤니티의 교육가, 정치가, 사회학자, 종교가 등등 이들로부터의 최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 아이가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학원을 찾고, 좋은 개인학습과 특별 과외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근본적인 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내는 세금과 미국생활에서 이미 많은 것을 지불한 우리 아이가 교육 받을 권리를 포기 당하지 않도록 힘쓰고 애써야 할 때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