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는 새 장을 열면서 흐른다

2007-03-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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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박(잭슨하이츠)

내 조카가 다늦게 시집을 가서 딸아이를 낳았다. 앞으로 아들을 더 낳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다. 두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만이 ‘궁핍’에서 헤어난다. 아이가 두 살 정도까지는 엄마가 풀타임으로 아이 양육에 매달리므로 엄마는 직업 갖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들을 하나 더 가지려면 앞으로 3~5년 더 지체되겠구나 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무거워졌다.

아들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은 내 마음 한구석에 있는 남존여비 사상의 잔재인 것 같다. 아직도 나는 교회의 목사님,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등 특히 전문분야에서는 남자를 선호하며 선택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에 나왔다. 여자 대통령…? 다른 것도 아니고 대통령은 남자여야 하지 않을까…? 후보가 갖추어야 할 인품과 덕목, 국정을 잘 운영할 지식, 능력, 자질을 가졌는가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여자’라는 항목에 걸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생각하게 된다.
이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잘못된 과거의 유산에 묶여있는 미련한 사고방식인지 한심스럽다. 역사는 제 몫을 다하여 새로운 장(章)을 향하여 힘차게 흘러가고 있는데 말이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라이스 국무장관, 독일의 앙겔라 마르겔, 한국의 박근혜, 한명숙 국무총리, 영국의 대처 전 수상… 그리고 미국의 명문대학(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에서 4개 대학은 여자가 총장이다.역사는 남과 여의 벽을 허물면서 우리의 미래는 남녀 구분 없이 인격, 능력, 노력, 천운 등등으로 인간은 평가되어지며 각자 원하는 것에 도전하고 쟁취할 수 있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남녀 평등은 남자에게도 유익한 점이 있다. 남의 남자(아버지, 남편 등)와 비교되어지는 것, 생계를 책임지는 무거운 짐 등에서 더 자유로워진다. 이 흐름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운명이다.남녀 구분 없이 자녀를 낳아서 훌륭히 키워서 이 사회에 보탬이 되고 밝은 미래를 펼치는데 기여하는 것이 옳은 자녀관이다. 조카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무엇인가에 짓눌렸던 무거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가슴에 기쁨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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