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접종 의무화’

2007-03-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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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1부 기자)

최근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만 11세 이상 여학생들에게 의무화 하자는 텍사스 주지사 행정명령을 놓고 미국 사회가 연일 술렁거리고 있다.

특히 이번 논쟁의 근원지가 미국 사회에서도 강한 보수 성향을 띠고 있는 텍사스 주에서 시작돼 논쟁 결과에 따라 HPV 예방 접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타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텍사스 릭 페리 주지사는 지난 2월 초 오는 2008년 9월부터 6학년 이상에 입학하는 여학생들에
게 HPV 예방접종을 의무화시키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효시켰다.이는 HPV로 인해 매년 1만 여명이 자궁경부암에 감염돼 이중 3,700여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 또한 눈덩이같이 불어나 정부의 의료 예산에 큰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방 질병통제·예방 센터(FCDC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만 14~59세 사이 여성 중 25%가 HPV 보균자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각 주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제 11살밖에 되지 않은 여학생들에게 성관계를 통해서만 감염되는 HPV 예방접종을 의무화 시킨다는 것은 학생들의 성윤리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 소녀인 여학생들에게 어떻게 HPV에 대해 설명할 것이며 이로 인해 오히려 여학생들이 성에 대해 일찍 눈이 띄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 생활에 자유로운 미국 청소년들이 HPV 예방접종을 통해 성적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오히려 아무 거리낌 없이 성관계를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강한 힘을 얻고 있다.

자궁경부암! 8개월 동안 총 3번의 접종으로 인해 예방이 가능한 만큼 HPV 대한 예방 접종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법안이 주민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이 아닌 행정 명령으로 조급히 실행되는 대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특히 예방 접종이 권유가 아닌 의무라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 내 학부모들은 크게 반대하고 있다.간만에 모든 사람들이 쉬쉬하는 ‘성’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 낸 미국 정부가 이번 HPV 예방 접종 의무화를 그들만의 명분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히 실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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