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드라마의 계절

2007-03-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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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2007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오전 8시에 노무현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같은 날 밤 9시에는 미국 부시대통령의 두 대통령의 연설을 함께 TV로 시청할 수 있었다. 이미 현직 대통령들은 빛이 바래가고 있고 차기 대통령 대선 후보들이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대통령 대선 바람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거세게 부는 계절로 접어든다.우후죽순처럼 나타나는 2008년 미국 대통령 대선 후보 중 미디어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의원과 배락 오바마(Barack Obama)의원의 대결이다.오바마 의원은 링컨대통령이 흑인 노예해방의 정치투쟁의 상징적인 무대였던 일리노이주를 대
통령 대선 출마 선언장으로 택하고 부인을 동반하고 연설장에 나타났었다.
두 어린 딸들을 데리고 나타난 오바마 의원의 부인인 40대 초반의 오바마 미셀(Obama Michel)은 혹독한 겨울 바람이 부는 강추위에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두툼한 외투를 입은 탄탄한 체구에 강인한 의지가 보이는 인상이다.


미셀 오바마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다. 하버드 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바마와 같은 법률회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오바마와 결혼을 하고 지난 90년부터 시카고 지역사회 활동을 시작했다.케냐 출신의 오바마의 아버지는 하버드대학에 유학을 온 상류사회의 지성인이고 백인에게 착취당했던 토종 흑인 노예가 아니다. 흑인들은 그를 흑인 노예의 후예라는 같은 뿌리를 지닌 친화력으로 자석처럼 끌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쇠사슬에 묶여 좁디 좁은 갑판에 갇혀서 몇 달씩 걸리는 죽음의 긴 항해 끝에 신대륙 아메리카로 실려온 흑인노예의 후예가 아니다. 사탕수수 재배, 담배, 목화 따기 등 가혹한 육체노동을 강요당하며 대농장의 흙에 피눈물을 뿌렸던 노예의 후손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바마가 흑인 후손들과 악수를 나누면 마치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땀과 체온이 전달되지 않는다.

혼혈아로 정체성에 선명한 색깔이 없는 배경을 지닌 남편 오바마를 시카고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주민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그녀의 내조였다.주류사회에서 명문대학을 나오고 백인의 어머니를 가진 그는 백인여자를 배우자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쉽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그의 후손들의 검은 피부 빛깔을 투명한 피부색으로 희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흑인여인을 선택하여 검은 피부색을 더욱 짙게 색칠하였다.두 딸의 어머니인 흑인여성 오바마 미셀의 조용한 저력있는 내조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달변의 연설과 모금의 귀재라는 그의 현란한 몸짓의 외조는 흥미진진할 것 같다.

한국과 미국 여성 대통령 후보와 남자 대선 후보들이 펼치는 대결은 사생결단의 혈투일 것이다.박근혜씨의 가야금의 섬세한 줄을 튕기는 듯한 정적인 분위기의 연설과 미국의 여성대통령 대선후보 힐러리의원의 불꽃을 튀기는 강렬한 정치 공약의 메시지도 대조적일 것이다.미주 한인동포 거실에서 한국 드라마와 미국 TV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홈 멜로 드
라마(Soap Opera) 연속극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듯이 지구 반대편 고국과 미국 현주소에서 벌어지는 정치드라마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중문화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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