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톰 디나폴리의 뉴욕주 감사원장 임명을 보면서

2007-02-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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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한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톰 디나폴리 의원을 만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난지는 오래되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난다”는 그의 말대로 우리는 짧은 시간에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이런 좋은 친구가 뉴욕주의 모든 정부기관의 비리를 감시 감독하고 1,500억 달러의 연기금을 관리하는 감사원의 수장이 되었으니 우리로써는 뉴욕주 정치의 핵심부에 든든한 인맥을 얻게 되어 대단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톰 디나폴리의 감사원장 임명을 보면서 미국정치의 재미있는 단면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일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 11월 7일 선거를 끝내고 민주당 본부에서 파티를 할 때 톰 수오지 낫소카운티장이 ‘이제 뉴욕주에는 Two King(엘리옷 스피처 주지사와 셀돈 실버 하원의장)이 생겼는데, 누가 Real King인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을
할 때 파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엘리옷 스피처 주지사는 취임 초부터 톰 디나폴리의원의 감사원장 임명을 명백히 반대했고 또 이를 공식화하고 합당한 절차를 통해 새로운 감사원장을 선임하기 위해 전임 감사원장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적인 후보자를 추천받아 가장 명망있고 경력이 많은 3명의 후보자를 뽑아서 뉴욕주의회에 넘겼다. 물론 이 후보자 명단에 톰 디나폴리 의원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하지만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고, 셀돈 실버 하원의장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있는 뉴욕주의회는 스피처 주지사의 뜻과는 달리 톰 디나폴리 의원을 압도적인 지지로 새 감사원장에 임명하였다. 스피처 주지사의 합리적인 임명 방법이 보기좋게 묵살되어졌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미국정치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정치를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실제 정치의 모습은 인간의 처절한 욕망의 몸부림들이 법이라는 형식 아래 틀이 잡히고 미화되어 그 모습을 갖추었을 뿐 그 본성은 여전히 원초적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 현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형식만 합법적이면 도덕과 정의라는 인간적인 덕목과는 상관없이 어떤 일이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원하는대로 하는 것이다.따라서 미국정치의 핵심은 미국인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대로 ‘컨넥션’이며 ‘누구를 알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뉴욕주 하원의장 셀돈 실버는 자기의 측근 톰 디나폴리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뉴욕주 감사원장에 임명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더 크게 확대시킨 것이다.

종종 많은 갈등 속에서 정치적인 ‘컨넥션’이 없고, 뜻을 이루려하나 두터운 정치의 벽에 부딪쳐 피켓과 슬로건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힘없는 대중의 가장 원초적인 정치행위의 방법일 뿐 대의정치를 하고 있는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는 확실한 정치적 피해가 있지 않는한 별로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항상 자신의 대화 채널을 중시하고 이 채널을 통해서 표와 자금을 모으며 또한 이 채널을 통해 유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그렇다고 몇몇 개인에 의한 ‘컨넥션’으로는 정치권에서 성장의 한계가 있다. 조직이 없으면 정치 자금을 모아 줄때는 좋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해서 무엇을 요구할 때는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쉽게 버림을 받는다.
따라서 유권자의 수가 절대 부족한 한인사회는 경제력이 든든한 조직의 뒷받침 아래 정치적 감각이 있는 커뮤니티 대표가 정치권과 ‘컨넥션’을 맺음으로 이들과 대화의 채널을 만들어 이들에게 필요한 표와 자금을 몰아주고 또 우리의 현안들을 풀어가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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