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편견을 깬 아카데미 시상식

2007-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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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취재2부 차장대우)

25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그야말로 인종적 다양성과 국제성이 빛난 월드클래스 잔치였다. 할리우드 ‘그들만의 리그’이며 보수적 성향이 완연한 오스카 시상식이 국가와 인종은 물론 나이와 성적 취향까지 전면적으로 깨진 것이다.

오죽하면 올해 처음 시상식 사회를 맡은 여성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가 “흑인, 유대인,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은 상을 못 탈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유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드제너러스는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엘렌’쇼에서 일찌감치 커밍아웃했던 동성애자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국(더 퀸), 스페인(귀향), 멕시코(바벨), 일본(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등 다양한 국적의 감독과 배우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또 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이 여우조연상, 에디 머피가 남우조연상,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디지몬 혼수가 남우조연상, 행복을 찾아서의 윌 스미스, 라스트킹의 포레스트 휘태커가 각각 남우주연상 등 무려 5명의 흑인 배우가 연기상 후보에 올라 인종적 편견을 깼다.특히 라스트킹에서 독재자 역을 열연한 포레스트 휘태커는 전설적인 흑인 남성배우 시드니 포이티어(63)와 덴젤 워싱턴(2002), 제이미 팍스(2005) 이후 네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런가하면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서도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일본배우 와타나베 겐이 프레젠터로 참석해 지난 194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외국어영화상의 역대 수상작을 별도로 소개해 영화계에서 국적의 다양성을 실감케 했다. 평생공로상 역시 이탈리아 출신으로 그동안 ‘미션’, ‘벅시’, ‘천국의 나날들’을 비롯해 400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엔니오 모리코네에게 돌아갔다.

이밖에 단독으로 사회를 맡은 엘렌 드제너러스 이외에 주제가상을 받은 멜리사 에더리지도 미국에서는 유명한 동성애자 여가수이다.
이렇듯 할리우드의 보수적 가치를 드러내는 공간이라는 비평을 받아온 ‘아카데미 시상식’이 79년 만에 처음으로 다양성을 인정한 것이 변화하는 미국사회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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