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전직 지역한인회장의 추태

2007-0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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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뉴욕지역 한인연합회의 총회가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총회에서는 지금까지 전현직 지역한인회장에게 모두 주었던 회장 자격을 현직 지역 회장에게만 주는 회칙 개정 안건을 토의했다. 그런데 토의가 끝난 후 투표에 이어 개표에 들어가기 직전 안건 자체에 불만을 가진 전직 지역한인회장 1명이 투표용지를 빼앗았고 다른 전직 지역회장 1명이 이 용지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회의가 난장판이 되고 만 것이다.

일반 한인들도 아니고 더우기 한인들의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던 전직 지역한인회장들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망동을 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이 한인사회에서 소위 지도자라고 했던 사람들이었단 말인가. 이런 사람들이 지역한인회의 회장을 했다니 그런 한인회가 과연 제대로 운영되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뉴욕지역 한인연합회는 전직 및 현직 지역 한인회장들의 모임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회원에게 회장 자격을 주었으나 단체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직 지역 한인회장이 회장을 맡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이번 회칙 개정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연합회의 회장을 현직 지역 한인회장이 맡아야 하느냐 또는 전직 지역 한인회장에게도 자격을 주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와는 별도로 이번 사태는 민주적 절차를 부정한 작태로 지탄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다수결로 결정한다. 민주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공정한 규칙에 따라 경쟁하여 다수 표를 얻어 당선된다. 일반 의사 결정에서는 질서정연한 토의를 거쳐 평화 분위기 속에서 투표와 개표로 다수 의견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개입되는 폭력과 술수, 부정 등은 모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한인사회의 지도자를 역임했다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충격이다.

뉴욕지역 한인연합회는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2명을 제명처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도 역시 회원들의 충분한 회의를 거쳐 민주적으로 다수 의사를 수렴해야 할 것이다. 뉴욕지역 한인연합회는 각 지역에 뿌리를 가진 지역 한인회의 연합체이므로 제대로 힘을 모으기만 하면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여 한인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한인사회의 다른 단체들도 선거와 회의 등 단체활동에서 민주적 절차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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