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illbilly Love의 위험

2007-0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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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 교사)

40대의 삶을 ‘불혹’이라 해서 성숙해진 인생의 한 시기를 말하지만 사랑에 눈이 멀거나 촌스런 남녀의 사랑은 꼭 그렇지만은 아닌가 싶다. 지금껏 멀리하던 거울을 새삼 들여다 보며 어제같지 않은 모습에 속상해 하고 대외관계에서 소외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이 때 쯤이다.

거적을 뒤집어 써도 아름답던 여인의 모습은 찾기 어렵고 난파된 배에서도 살아날 수 있다는 남자의 기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사랑의 환희는 선남선녀에게 신이 준 최대의 선물이지만 hillbilly-love 에 빠진 연인들은 이성의 지배를 받는 몸가짐으로 자성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몇 가지 실례가 있다.남성으로써 감당키 어려운 군인의 길을 걸어 성공했으나 사랑에는 실패한 미 항공우주국 소속의 40대 여성 우주비행사의 인생 추락은 연인들의 마음을 측은케 한다. 자신과 애정 삼각관계에 있는 여성을 위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후 체포된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서 촌스런 사랑은 자신의 운명만 감급시킬 뿐 아니라 모두를 파멸로 인도하는 파괴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여인에 대한 hillbilly-love 가 상대의 명예와 자신까지도 파멸로 이끌어간 한 남자의 불행이 뉴욕한인사회에 화제를 보태준 적이 있다. 분신자살로 알려진 그의 죽음은 그래서 아름답지도 못하고 숭고하지도 않지만 매우 슬픈 일이다. 그가 꼭 악인이어서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 능력과 용기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믿는 사람이 있음은 고인에게 위안이 되는 일이다.
성공한 남편을 가진 아내이자 전문직 소유자이고 문학, 골프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활동적인 그녀에게 여인으로써의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있건만 와 닿는 남편의 손길은 차갑기만 했다.
엄습해 오는 정신적 고통을 홀로 감당키 어려운 시기에 비극의 주인공을 첫 대면한 곳이 ‘동향인’ 모임에서였다.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함께 나누어가질 만한 준비가 서로에게 있었는지는 상상만 해볼 수 있을 뿐, 진실은 그들만이 아는 일이다.

이 때쯤 시 낭독회, 음악회 등의 장을 마련해 낭만을 추구하는 상위개념의 사람들 모임에 그녀는 문을 두드렸고 열린 문 안에서 새로운 삶의 방향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외롭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그녀는 두 개의 목적을 얻었으나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의 집을 찾았던 그는 계획했던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비극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현장 모습도 인화질 물질 취급 실수에 의한 사고의 인상을 주어 자살 의도가 없었던 듯해 더욱 안타깝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두 살인사건 중 하나는 배우자나 연인에 의해 발생한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이다. hillbilly-love 는 피해야 하지만 요새 젊은이들은 너무 신중해 어디를 가나 독신자들로 가득차 있음은 걱정되는 일이다.“남과 여는 스쳐 지나기만 하는 일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거늘 독신을 고집하고 죽고 죽이는 일이 무엇이람. 더구나 불혹의 나이에” 노파심은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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