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칫국 너무 이르다

2007-02-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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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전 은행인)

모르고 속고 알고도 속는 것이 세상사라 했던가. 북핵문제가 타결됐다고 전세계가 시끌벅적하지만 그 시설과 기존 폭탄의 완전 폐기는 나폴레옹 사전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불가능이라고 필자는 감히 단언한다.북한공산당이 얼마나 끈질기고 악랄한 집단인데 저들의 명줄이 달린 칼자루를 순순히 내놓겠는가. 모르긴 해도 삶은 달걀에서 삐약~ 병아리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반전, 반미주의자들이 이 시각에 마시는 샴페인이나 김칫국은 배지도 않은 아기 돌잔치의 축배가 아니면 의회민주주의의 양자 대결에서 주관적 정의와 논리가 단순한 숫자 놀음에 밀려 좌절한 부시대통령의 눈물일 것이다. 이 난을 통해 필자가 누차 밝혔지만 저렇게 독하고 모질고 질긴 악의 무리가 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는가 말이다.


요즘 세상은 코흘리개 유치원생들도 반장을 뽑을 땐 정견발표도 하고 선거로 뽑는데 경쟁후보자 없이 백퍼센트 찬성 투표로 수령이 뽑히고 부자세습도 모자라 손자의 책봉문제가 운위되고 있다.소련이나 중국 등 선발 공산국가에선 당에 대한 충성이 약화되고 그나마도 선택의 대상으로 이완됐지만 북한에선 택도 없는 소리다. 목숨을 걸고 당에 충성해야 되고 당에서 쫓겨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당 하부조직이 상부에 질문을 할 수 있지만 일단 지시, 명령이 떨어지면 절대 복종이고 당의 비밀은 철저히 비밀이다. 당원이고 비당원이고 필요하면 언제나 써먹고 불필요하면 가차없이 용도 폐기된다.

북의 빨갱이들과 남에서 좌익운동하는 자들이 보통사람과 다른 점은 모든 기성모랄은 맑스 이념과 비교할 필요 없이 무가치한 것이라는 것과 이데올로기의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다는 신념인데 하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박힐 정도지만 때가 때인지라 옮겨봤는데 이것이 바로 북한 공산집단의 실상이다.21세기 현대정치사에 이것도 상식이라 통용된다면 이는 어느 특정민족의 불행이 아니라 전인류의 비극이다.미국과 북한을 골리앗과 다윗으로 비유한다면 힘의 논리를 떠나서라도 인간의 본성이나 생존의 존엄성마저 무시하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거대한 미국과 쌍벽을 이루었던 볼셰비키 혁명의 소련공산정권도 70여년 남짓에 전쟁도 없이 무너졌는데 덩치로만 따져서 근 100배 정도 큰 미국과 60여년을 버티고 있는 북한을 보면 독사와 능구렁이 사이에 태어난 독구렁이 같은 생각이 든다.

각종 무술에 호신술 등 수십 단의 유단자도 독한 X한테는 싸움으로 이기지 못한다. 끈질김에 넌더리가 나서 질려버리기 때문이다. 완력으로 따지면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북한에게 반백년 이상 끌려다니는 미국을 보면서 독사를 비켜가는 호랑이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건드려서 귀찮아질 일이라면 한번 정도 피해가는 것이 문제될 바 아닌데 함정에 빠진 호랑이는 토끼도 얕본다는데 두고두고 오장을 뒤집을 것을 생각하면 부시가 잠이 오겠는가 말이다.

생각 같아서는 단칼에 해치우고 싶지만 정강이 밑에는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더 미운 남한이 받쳐주고 등 뒤에선 몸은 곰이요, 생각은 너구리같은 중공이 감싸 안고 있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육십년 가뭄에 비 한번 왔다고 풍년 드는 것 아니고 노총각이 장가갔다고 다 아들 낳으라는 법 없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통일에 버금가는 큰 잔치다. 지금 마시는 김칫국과 샴페인이 하늘의 뜻이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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