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Anger Management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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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자기 성질대로 살면 미국에서 살기 힘들다.예전에 ‘Anger Management’라는 재미있는 영화가 있었다. 아담 샌들러와 잭 니콜슨이 나온 영화인데 성질을 억누르지 못하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미국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줬다.이 영화는 또 각계각층의 스타들을 총출동시켜 완벽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줘 재미를 가미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을 과감하게 망가뜨린 이 영화는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대거 카메오로 등장시켰다. 악명 높은 테니스계의 이단아 존 멕켄로. 이밖에 심판에게 욕설과 집기 파손으로 유명한 바비 나이트 등이 등장해 이색적인 재미를 더했다.


각설하고, 성질 급하기로 유명한 한국사람들이지만 미국에서는 대체로 참는 것이 좋다.예전에 욱했던 성질로 미국에서 한바탕 했다가 피곤해진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이처럼 참고 사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어떨 때는 운전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 연휴에 타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차량으로 편도 4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었다.한국에서 운전하던 사람이 처음 미국에 와서 운전하다보면 답답해서 죽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뉴욕이 아닌 타주에서 운전하면 실제로 답답한 경우가 많다.제한 속도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가는 차량이 버젓이 1차선을 점유하는 경우도 있다. 최고 속도 제한은 있어도 최저 속도 제한(minimum speed) 표시가 붙어있는 곳도 있다.

선데이 드라이버(Sunday driver)라는 말도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요일에 차를 몰고 나오면 천천히 몰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다는데, 바쁘지 않은 타주에서 운전하다보니까, ‘세월아 네월아’하며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긴 바로 인근에 붙어있는 뉴욕과 뉴저지의 운전 습관도 상당히 다르다.

뉴욕에서는 속도가 느린 차를 피해 운전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뉴저지에서는 느린 차량이 빠른 차량을 위해 차선을 바꿔주는 일이 많다.그러다보니 뉴욕 운전자는 뉴저지 운전자가 차선을 피해갈 줄을 모른다고 답답해하고, 뉴저지 운전자는 뉴욕 운전자가 차선을 비켜주지 않는다고 욕한다.
별 것도 아닌 차이지만 이렇게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고, 자기 입장만 고집할 때도 있다. 그래도 자기 성질 다 부리고 살면 정말 미국 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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