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먼 나라…’ 만화사건이 주는 교훈

2007-02-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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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 교양만화가 유대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건은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를 제하로 한국의 이원복 교수가 지은 문제의 이 만화책은 일부 유대인을 자극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어 유대인 커뮤니티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 책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미국편의 일부내용으로 “한인들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유대인이란 장벽이 가로막고 나서고 있다” “유대인이 헐리웃을 장악해 유대민족을 선량한 민족으로 그려내고 아랍세계는 야만적이고 폭력적 집단으로 몰아가는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테러와 전쟁 등 명분을 앞세워 가난한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유대인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등이다.

이와 관련 유대인 커뮤니티는 관련책자의 출판사에 공식 서한문을 발송하고 책 수거 등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대인 커뮤니티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인 사이먼 위센탈 센터는 한인사회 내 유력 인사들에게 이 만화에서 왜곡된 부분을 모두 지적,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발송했다고 한다.
한인사회는 만화책 한 권 때문에 자칫 도매금으로 몰매를 맞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유대인 커뮤니티와 관계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악화될 지도 모른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실상 한 만화가의 표현일 뿐 한인사회 전체의 생각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체 한인들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 큰 문제다.


다행히 문제의 만화책을 출판한 김영사 측은 즉시 유대인 비하부분에 대한 내용을 재개정판 발행 시 수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저자 김원복씨도 한미 연합회(KAC)측에 사과편지를 발송, 유대인 커뮤니티에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한인 커뮤니티 관계자들도 적극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사태봉합에 나설 계획이라니 사태가 원만히 수습될 것으로 기대된다.

언론의 자유란 보장돼야 하지만 이처럼 한 민족 전체를 부정적으로 왜곡 표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일본인이 쓴 소설 ‘요코 이야기‘ 가운데 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만화책 왜곡 사건은 우리들에게 사시하는 바가 크다.

다인종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이 미국 사회에서 타 인종으로 부터 어떠한 차별이나 비판 같은 것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남을 차별하거나 배척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한인들은 이번 기회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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