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다운 동반자 관계 원한다면

2007-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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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청(플러싱)

2007년 1월 31일, 민주당 소속 마이크 혼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비롯한 6명의 의원들은 연방 하원 외교 상임위원회에 일제 종군위안부 결의안(HR 121)을 상정하였다. 혼다 의원은 일본정부에 대해 전쟁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역사적 책임을 다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단호하고도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참다운 동반자 관계로 새로운 출발을 원한다면 과거의 불행한 기억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총리가 공식성명을 통해 사과할 것, 현재와 미래의 시대에 이 가공할 범죄를 국민들에게 교육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를 것, 지금도 고난의 멍에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일제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 등을 강조했다.


혼다 의원은 결의안 상정 이유에 대해 정의를 요구하는 일제 종군 위안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미국이 듣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피력했다.일제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꽃다운 나이의 순진한 처녀들을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꾀어 종군위안부로 삼아 전쟁터로 끌고 다니며 짐승만도 못한 삶을 강요했다.일본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잔인무도하고 악랄한 수법의 만행(사상 유례가 없는 집단 강간과 강제 낙태, 강제 노동과 인간 이하의 가혹행위 등)을 저지르며 이들의 인권을 무차별로 유린했다.

일제는 이들이 노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되거나 질병으로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사살했으며, 전쟁 말기에는 종군위안부들의 존재가 탄로나는 것이 두려워 이들을 총살하는 것도 서슴치 않고 행했으니 일제의 사악한 만행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전쟁터로 끌려간 종군위안부들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낯설고 물 설은 이국의 전쟁터에서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공포와 끝없는 절망 속에서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 둘씩 유명을 달리 하였다.

이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전쟁 범죄에 대하여 책임과 사죄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일본은 마지못해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국가를 대표하는 수상이 아님)이 일제의 종군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지만 그와 관련하여 취해진 책임감 있는 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요즈음에 와서는 성명마저 철회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고, 일본의 교과서들은 일본군의 침략과 가공할 약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쟁범죄를 은폐, 축소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와 같은 행동을 반증이라도 하듯 일본 정부는 2006년 연방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본회의에 상정된 4번째 일제 종군위안부 상정 결의안을 고이즈미 수상까지 가세한 로비활동으로 무산시켰고, 이번에도 하원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전 하원의장 토마스 폴리를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개인이나 단체, 민족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추악한 만행들이 진실로 규명되거나 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채 역사가 주는 교훈 - 역사의 심판은 공정하다 - 바깥으로 사라지며 과거 속에 묻혀버리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가장 경멸해야 할 가증스런 처사이며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그러므로 일본 정부는 이제라도 전쟁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일제 종군위안부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해야 한다.그것만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진심어린 화해의 바탕 위에 참다운 동반자적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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