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명의 덫

2007-02-15 (목)
크게 작게
박민자(의사)

지난주 11일 동안 선박여행을 다녀왔다. 유람선 선박은 캐리비언(Caribbean) 해안으로 활 모양으로 줄지어 있는 여러 개의 열대 섬에 정박을 하며 쉬어 간다.도미니카 연방국인 섬에 선박이 정박하는 동안 인디언 부족이 살고있는 구역(Indian Territory)을 들렸다. 20명의 승객을 태운 투어 버스는 험준한 산의 계곡에 좁은 산길을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하였다.
원시적인 단순한 삶의 비 문명인들이 살고 있는 울창한 삼림지대에 문명인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고 있다.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한 후 스페인 정착민들이 살게 된 것은 1493년부터라고 한다. 인디언들은 침입자들에 의해서 금을 채취하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대부분 죽어갔다. 그 후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온 흑인 노예들과 섞인 혼혈인 인디언 후예들이 사는 마을이다.가파른 계곡의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육중한 바위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투명한 구슬이 부서지는 것 같다. 폭포에서 떨어져 흘러내린 물방울이 모인 맑은 못을 ‘에머럴드 폰드’라고 부른다.


어느 중년 남자가 갑자기 옷을 벗어던지고 풍덩 못 속으로 뛰어들더니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친다. 도시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고 싶은가 보다.다시 깊은 계곡 아래로 내려오니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바다로 이어진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비취 빛 바다에 떠있는 열대 섬은 아름다움의 극치다.인디안 마을에서 볏짚으로 만든 지붕과 통나무로 짠 무대 위에서 인디안 원주민들과 여행자들인 백인들과 북소리에 맞추어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인디언들의 햇빛에 탄 구릿빛 피부의 단단한 근육과 백인들의 출렁이는 비게덩어리의 몸집은 정말 대조적이다. 울창한 밀림 속으로 북소리는 멀리 울려퍼진다.인디언 원주민들은 호박, 옥수수, 물고기 등 칼로리가 낮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파인애플, 바나나 등의 열매들은 자연이 그들에게 무상으로 베푸는 선물이다. 경쟁보다는 나누어 가지는 인디언들의 가치관은 공생하는 우주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문명과 동떨어져 사는 그들은 나무, 숲속의 새, 들짐승, 흙, 햇빛, 물과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성급하게 기계문명을 쫓지 않는다. 자연을 지배하지 않는 인디언들은 원시림에서 뿜어내는 산소를 흠뻑 마시고 산다. 문명인들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산다.과학기술의 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문명인들은 지구 온난화와 비만이라는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디언 마을을 떠나 배로 돌아왔다. 배 안에는 음식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식당에 산더미같이 쌓인 음식은 지방산(Trans Fatty Acid)이 함유된 음식들이다. 문명인 백인들은 트랜스 지방산이 함유된 햄버거, 베이컨, 버터 같은 높은 콜레스테롤 음식을 먹고 산다.혈관 벽에 두꺼운 층으로 쌓이는 트랜스 지방산은 냉동 피자, 감자튀김, 경화유(쇼트닝)로 튀겨
낸 치킨 등 고소하며 바삭바삭한 맛을 내는 음식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어찌 이런 달콤한 맛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스스로 놓은 문명의 덫에 걸려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체중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 코끼리 같은 과잉 비만의 체구다. 거대한 몸집의 승객들을 가득히 실은 배는 또 다른 열대 섬을 향해서 미끄러지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