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사랑의 두 얼굴

2007-0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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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사랑은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우리의 삶의 행복의 얼굴이고, 또 하나는 불행의 얼굴이다. 블로그에서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첫째로 돌은 강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쇠에 의해 잘려지고 불에 의해 녹아 버린다. 또 불은 물을 이기지 못하고 구름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그러나 구름은 바람에 의해 이리 저리 이끌려 다니고 바람은 인간을 불어 날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공포에 의해 비참하게 위축되고 공포는 술에 의해 사라진다. 술은 잠을 깨면 깬다.
하지만 잠은 죽음만큼 강하지 않다. 그러나 그 죽음조차도 사랑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이는 이스라엘 사람의 지혜를 모아놓은 ‘탈무드’에 나오는 글인데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솔로몬의 사랑의 시라고 불리우는 아가서에서는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다”고 하였다. 이렇게 강한 사랑이 우리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들의 삶을 불행하게도 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말 뜻을 단순히 하룻밤에 많은 정을 나눈다는 표현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한 부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들어 있다. 옛날 중국의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전국의 남자들에게 총 동원령을 내렸다. 그 때 한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그 남편도 만리장성을 쌓는 일에 동원되었다.


담당 관리는 그 아내에게 “3년 후에 남편을 돌려보내겠다고 했지만 3년이 되어도 소식이 없었다. 아내는 너무 그리워 남편이 있는 곳을 찾았지만 불행히도 면회가 금지되어 남편을 만날 수가 없었다. 슬픈 마음을 가지고 맥없이 돌아서는데 공사감독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따라가 ”나랑 하룻밤만 자면 남편을 며칠 동안 만날 수 있도록 휴가를 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하룻밤을 자고 말았다. 그 다음날 남편이 며칠간의 휴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의 휴가 후 그 부부는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서 변장하고 산골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공사감독은 죄 값으로 대신 만리장성을 쌓게 되었다. 그런 사연을 토대로 해서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말은 하룻밤 무분별한 사랑에 넘어가 큰 낭패를 당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명한 기독교 작가 C.S 루스는 “사랑이 우상이 될 때 악마적이 된다”고 하였다. 오늘날 분별력 없는 하룻밤의 사랑으로 인해 불행해지고 삶이 파괴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사랑은 우리의 분별력을 상실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에릭 프롬이 말했듯이 사랑은 작품이고 사랑은 예술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마술이 아니고 사랑은 상품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고 사랑의 기술을 열심히 성실하게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품은 오래 갈수록 값이 올라가지만 상품은 오래가면 값이 떨어진다. 요술이란 한 순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쇼에 불과하지만 예술이란 일평생 사랑과 지혜와 정성을 다하여 가꾸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의 삶에 활기를 주는 능력이다. 청춘남녀의 뜨거운 사랑, 어머니의 자식사랑, 친구들 간의 우정 어린 사랑은 실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한다.

오늘은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 데이는 단순히 상업적인 수단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진실된 사랑의 고백과 사랑의 실천을 훈련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바쁜 이민생활 중에 남편이, 혹은 아내가 서로 “당신 수고 했어“ ”여보 사랑해“ 하는 고백이 그리고 작은 선물을 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가정과 부부간의 애정을 새롭게 할 것이다.특히 발렌타인 데이에는 사랑의 표시로 초컬릿을 주는 풍습이 있다. 초컬릿에 관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심장병을 막아주고(Dark Chocolate), 특히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우울증이나 기분을 전환시키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장미 한송이나 초컬릿을 선물하여 달콤함이 넘치는 가정, 연인, 친구 사이가 되면 발렌타인 데이가 의미있는 날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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