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업체들의 몸 사리기 경영

2007-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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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올해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목표를 높게 잡았다가는 연말에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게 뻔하고 그렇다고 낮게 잡았다가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라 고민입니다.” 한인 뷰티서플라이 생산 업체의 한 직원이 털어놓은 푸념이다.

물론 이 같은 고민에 휩싸여 있는 곳은 뷰티서플라이 업계만이 아니다.
대부분 업종의 회사 경영진은 신규투자를 제한하면서 이익은 극대화시키라고 주문하고 있어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실무자들이 선뜻 매출 목표를 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미루어 보건대 결국 대부분의 업체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내실 위주의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허리띠를 졸라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업체들이 경기상황과 비즈니스 환경을 무시하고 무조건 신규 투자와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불황의 골이 깊었던 지난해 일부 한인업체들은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뷰티서플라이 도매 업체들은 올해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순익은 대부분 증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최초로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업체가 탄생했는가 하면 다른 업체들도 알짜 경영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과연 내실 위주의 사업전략이 향후 업체의 성장, 더 나아가 한인업계의 발전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전문가들은 긴축 경영만 고집하는 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는 크게 이익과 매출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발전되는 데 이익이 있으면 그에 걸 맞는 투자로 외형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반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한인 업체들은 불안하다는 이유로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불안하다는 이유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일반 소비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꼴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한인 경영인들의 장기적인 안목과 결단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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