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떡과 김칫국

2007-0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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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단체를 이끌어나가던 한인사회에 공짜 돈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지난해 12월 미국내 한국 알리기를 목적으로 한국 정부가 적은 돈도 아닌 50여만달러를 뉴욕 한인들의 문화 행사에 책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자기 한인 단체들이 들뜨기 시작한 것이다.

모 단체의 이 모 회장은 자신과 상관없는 단체의 행사까지 포함시켜 마치 모든 행사 준비를 혼자서 해온 양 생색을 내고, 올 가을 열리는 문화 행사를 담당하자며 축제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에 오르기도 했다. 이 축제위원회의 성격과 예산의 집행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단체들은 혹시 하는 마음에 발이라도 담궈 놓자는 식으로 끼어들고 있다.


오죽했으면 추석맞이 대잔치를 수십년간 주최해온 청과협회가 한국 정부에 보낸 건의서에 ‘문화엑스포 지원 사업비로 5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는 소식이 지난 연말 전해진 이후 동포사회에는 기본 계획과 내용도 갖추지 못한 갖가지 단순 수익성 이벤트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가 하면 문화와는 전혀 무관한 적지 않은 단체들이 ‘문광부 예산을 분배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거나 ‘문광부 지원금이 있으니 행사 하나 만들자’는 등 당초 취지를 훼손시키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을까.

또 뉴욕한인 문화엑스포 2007 지원 예산이 정부기관을 경유하지 않고 동포사회의 특정단체로 직접 전달될 경우 지원금 분배와 집행의 주도권을 놓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씁쓸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실이기도 하다.더욱이 돈에 대해 불투명한 단체장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의구심은 분명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재선거까지 치렀던 모 한인회에서는 전임 회장이 집행했던 재
정의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고 모 한인회장은 정상 운영이 될 때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한 기금을 사용하고도 잠시 차용한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갚기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기꾼을 제외하고) 누군들 돈 빌려놓고 안 갚을 생각을 할까. 너도 나도 그런 식으로 하다가 상환에 차질이 생기면 한인들의 재산에 피해가 주기 때문에 아예 사용도 하지 말라고 한 뜻을 모르는 것 같다. 요즘은 무슨 일이 생기면 마치 모든 것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교만해지고, 모든 일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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