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대자동차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2007-0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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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한미 역사문제연구위원)

세계 제일을 자랑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에 밀리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중반부터인 것으로 기억된다. 미국 자동차가 유럽이나 일본차에 밀리게 된 원인은 한 마디로 미국 자동차 노조의 잦은 파업이 원인이었다고 하겠다.
당시 미국의 일반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시간당 4~5달러였다. 그러나 GM, 포드, 크라이슬러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 임금은 시간당 10달러가 넘는 금액이었다. 더욱 좋은 의료보험과 연금, 그밖에 상여금은 타업종 노동자에겐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 되어 미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던 곳이 디트로이트였다.

타업종 노동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임금과 보험, 은퇴연금혜택을 받으면서도 그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주기마다 파업을 하고 자동차 품질 향상보다는 불량제품으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일로 인해 딜러에서 막 출고한 새 자동차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고속도로변이나 길가에 펄떡 주저앉는 일로 인해 미국민들이 미국제 자동차 구입을 기피하게 된 이유였다.


잦은 고장으로 미국 자동차가 자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자구책으로 많은 공장을 폐쇄하고 기술자와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빈번해지다 보니 높은 임금을 받고 툭하면 파업을 일삼던 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되어 자동차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디트로이트가 실업자 천국으로 변해 미국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지금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경쟁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임금이 싼 인도나 중국, 기타 나라에 공장을 짓고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세워나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중국과 인도, 그밖의 나라에 자동차설비 공장을 세우고 미국과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나 인도 역시 자동차산업에 눈을 뜨면서 자체 개발을 서두르며 현대차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특히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원화가치 상승과 미국과 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속에 생사의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현대차가 겪는 어려움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민의 외국차 선호 현상으로 한국내에서 현대차 판매 부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것이 현대차가 겪는 또 다른 위기의 실체라고 한다.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분별없이 벌려대는 파업은 그칠 줄 모르고 일어나고 있다. 본국민은 물론 해외동포들까지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켜보는 판국이고 보니 현대자동차가 국제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런지 우려가 된다.현대자동차 파업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과 미국에서도 현대차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파업이 잦은 차는 사지 말자는데 있다.

마치 GM, 포드, 크라이슬러 파업의 재판을 현대자동차 파업에서 보는 것 같아 캐나다와 미국에 사는 한인 가운데는 외국제 고급 승용차를 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한국차인 현대차를 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어느 한인은 한국차를 타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느냐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자동차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잦은 파업으로 만들어진 차를 구입했다가 펄떡 주저앉지는 않을까 우려되어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사야 할지, 말아야 할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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