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리 재료와 교재

2007-02-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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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건강에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음식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와 솜씨가 잘 어우러져야 맛깔스러운 요리가 될 것이다. 좋은 재료는 우선 신선하고 제맛이 나야 하고, 음식 솜씨란 모든 재료를 바르게 다루며, 필요한 양념을 어떤 차례로 얼마만큼 가미하는 지 잘 알고 맛을 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교육과 요리 만들기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양자는 서로 비슷한 과정을 밟는 것으로 느껴진다. 교육이 요리라면, 그 재료는 교육자료가 되겠고, 음식솜씨는 교수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교재는 엄선되고, 교수방법은 꾸준히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만일 교재 선택에 문제가 생기면 이것은 마치 요리 재료 선택에 문제가 생긴 것과 흡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따라서 교재 선택은 특별한 위원회를 구성하여서 이를 결정하는 과정을 밟는다. 요리사가 재료를 엄선하였는 데도 불구하고 요리 만들기 직전에 적당치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되면 재료를 바면 된다. 그러나 교재 선택이 잘못되었을 경우는 쉽게 바꾸기 힘들다. 거기에 따르는 적당한
과정을 밟기 위해서다. 하지만 부교재는 비교적 빠르게 대치할 수 있다.
교재라고 하면 교수 및 학습에 쓰이는 광범위한 자료를 가리킨다. 여기에 교과서가 포함된다.


교과서는 가르치는 각 교과과정에 맞도록 편찬된 도서이다. 학급에서는 교과서와 함께 부교재가 다양하게 사용된다. 부교재는 추천도서 목록 중에서 찾을 수 있다.소위 ‘요코 이야기’가 교실에서 학습 자료로 채택되어서 문제의 파문이 크다. 이 책은 일본과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출판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현재의 한국은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읽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하였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 내에서는 겉보기에 비교적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인에게 자극을 줄만한 부분의 원작 번역을 둥글게 한 듯하다. 출판사의 잔꾀로 보인다.

그런데 웬일로 미국내에서 신경과민 증세를 보이느냐는 듯한 논조도 있다. 이 점이 한국내와 미국내의 차이라고 본다. 여기서는 다양한 민족이 섞여서 산다. 우리의 자존심이 짓밟히면 설 리를 잃는다. 특히 여기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한국역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 ‘요코 이야기’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교재를 다른 관점에서 다룬 ‘일본식 식민지 정책’ ‘해방’ 관계 작품과 비교하면서 토론하는 자료로 사용한다면 뜻이 있을 게다. 그러나 이것은 성숙한 연령의 학생에게 가능한 이야기다. 어린 학생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일로 우리 동포사회가 많은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나 부교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거기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시정을 요구하거나 퇴출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도 개인의 불평으로 이어갈 것이 아니라, 각 단체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할 일이다. 또 한 가지는 교재를 선택하는 부서에 경종을 울린 바람직한 사실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갖가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다민족이 모인 사회에서는 예기치 못한 반응에 부닥칠 때가 있다. 학교에서 무심코 교재를 다루다가 한국계 학생들이 나타낸 반응에 그들은 움칠하고 말았다. 앞으로는 한층 더 엄격하게 교재를 선택할 줄 안다. 1986년 헌터고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던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를 한인 학부모의 노력으로 폐기처분한 전례가 있었음을 상기한다. 현실에 있어서 각 민족의 독특한 알레르기 반응을 피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미국의 특색을 살리는 일 중의 하나이다.
커다란 파장을 불러온 사건의 불씨는 11세 소녀 허보은 양이었다. 그동안 나 자신을 비롯한 어른들은 어디에 있었나. 그는 등교를 거부하였다. 교장이 ‘그 소설을 한 달간 다룰 터인데…’

하고 물었다는 이야기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그 소설을 읽고난 후 친구들의 반응이다.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과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예상하며 몸서리 쳤고 마침내 등교를 거부하였다.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건강 요리를 만들려면 손님이나 가족에게 어떤 알레르기 성 반응이 있는지 잘 알아보고 작업을 시작할 일이다. 학생이나 자녀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더라도 이렇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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