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한 대처 방식

2007-01-02 (화)
크게 작게
유미정(뉴욕가정상담소 카운셀러)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남과의 관계에서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 법에 호소하여 억울함을 풀 수도 있지만,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억울함은 어디다 호소하기도 어렵다. 특히 가장 사랑받고 싶고 의존하고 싶은 부부관계에서 남편이나 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고 거부당했을 때 느끼는 억울하고 화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가족간에서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서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억울한 상황의 예를 들어보자.

부인이 판단했을 때 분명히 잘못된 남편의 행동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 자기 표현을 했는데 남편은 무시하거나 화를 낸다. 더 참기 어려운 것은 보란듯이 남편이 자신이 지적한 행동을 계속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부인은 남편의 모습이 보기가 싫고, 참다 참다 가끔씩은 화를 참지못해 이성을 잃고 폭발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다른 가족들은 부인의 행동만 보고 성격이 이상하다, 다혈질이다, 화를 못 참는다, 남편에게 함부로 대한다 등등으로 나쁜 사람을 만들어 버린다.이런 경우, 부인의 말을 듣고있으면 억울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나름대로 남편을 변화시켜 잘 살아보려고 한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화를 제대로 통제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게 만들고, 남편은 변화하지 않고 지지받아야 할 가족으로부터도 비난과 부정적인 반응을 얻게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우선은 누구를 변화시킨다는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깨닫고 변화를 하려고 노력해도 어려운 일을, 자신의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도, 고치겠다는 의지도 없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앞의 예에서처럼 부인 혹은 남편은 너무 쉽게 보이는 상대의 문제들이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문제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인이 지적을 하면 남편은 부인이 자신을 비난하고 질책하는 것으로 여기고 너는 혼자 떠들어라는 식으로 침묵한다거나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화를 낸다거나 비웃는다거나 하는 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부인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 순간을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 일단 피해보자는 마음이다가 나중에는 습관이 되어 부인의 조그만 반응에도 또 시작되었군, 너나 잘해, 식으로 변해 화를 낸다거나 비웃고 무시하는 등 강도가 심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인은 약이 오르고 억울해져 화를 내고 이성을 잃는 등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나타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남편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법이 무엇일까를 탐색하고 건강한 대처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도 한번쯤은 나를 충분히 믿고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해 주었을 때, 그 말이 마음으로 깊이 와 닿고 변화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이 상대에 대한 충분한 믿음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상대는 방어하기 보다 쉽게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이와 같이 되기 위해서는 긴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먼저 자신에 대한 탐색과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와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찾고, 익숙하고 편안하게 건강한 자기 표현을 할 때까지 지속적인 연습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혼자서는 힘든 과정일 수 있다.

스스로 변화하고 깨닫지 못한다면 문제를 계속 반복하다 끝내는 억울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족간에 억울함으로 인해 화가 나고, 그 화를 적절한 방법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뉴욕가정상담소와 같은 상담기관을 통한 상담, 대화 기법, 인간관계 훈련과정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기를 권유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