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말...말...말...

2006-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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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한국에는 유독 ‘말’에 관한 속담이 많은 편이다. 관련 속담은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한번에 50여개 이상은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말 한마디라도 신중히 생각해서 하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분명 담겨 있으리라…

말에 관한 수많은 속담 가운데에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며 귀에 익숙한 속담들도 있고 자주 쓰지는 않지만 뜻풀이를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며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속담들도 많다. 올 한해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를 말에 관한 속담으로 들여다본다면 속담 한 구절구절마다 ‘마치 뉴욕·뉴저지 한인사회에 내재된 각종 문제의 단면을 너무도 콕 집어 표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특히나 말 많은 한인사회에는 말 때문에 흥망성쇄의 길을 걸었거나 현재도 위험하게 그 길을 자청(?)해서 걷고 있는 자칭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유독 많이 등장했던 것도 올해 나타난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말로 온 동네를 다 겪은(온 동네 사람을 말로만 때운다는 뜻으로 실천은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말만으로 해결하려 드는 것을 이르는 말)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먹는 씨아가 소리만 난(되지 못한 자가 큰 소리만 친다. 즉, 이루지도 못할 일을 시작하면서 소문만 굉장히 퍼뜨린다는 말)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사소한 일을 하고선 무슨 큰일이나 한 듯이 으스대거나 못난 사람이 잘난 체함을 이르는 말)을 하거나 문비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자기가 잘못하여 놓고 도리어 남을 나무란다는 말) 인물들도 있었다. 번갯불에 솜 구워 먹은(거짓말을 쉽게 잘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자들도 있었고 황소 제 이불 뜯어 먹기(우선 둘러대서 일을 해냈지만 알고 보면 자기 손해였다는 말)의 달인들도 있었다.

물론, 이런 속담들이 한인사회 지도자를 자청하는 일부 인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사가 모두 그렇듯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로 상처 주는 일들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모습이니 말이다.
한국 속담에 입찬소리는 무덤 앞에 가서 하라(입찬말은 죽어서나 하라는 뜻으로 함부로 장담하지 말라는 말)는 말이 있다. 또한 받는 소는 소리치지 않으며(일을 능히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은 공연히 큰 소리를 치지 않는다는 말),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사람이 잘날수록
잘난 체 하거나 떠벌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말)고도 했다.

새해부터는 한인사회 지도자는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말로 인한 실수는 줄이고 말 한마디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쿠크) 한층 성숙된 모습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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